유엔헌장 7조(무력사용) 적용 언급
딱히 압력수단 없자 강경론 등장
딱히 압력수단 없자 강경론 등장
이란에 ‘유엔헌장 제7조’를 적용하라?
이란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 온 미국 정부가 ‘무력공격론’을 공개적, 구체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각), 이란이 이틀 전 저농축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헌장 제7조를 포함한 모든 제재방안을 검토해 이란이 국제사회에 복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비비시> 등이 보도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최근 유엔헌장 제7조를 거론한 바 있다. ‘유엔헌장 제7조’는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회복(제7조제42항) 또는 자위(제7조제51항)에 한해 무력사용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13일, 미국 정부가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란에 대해 별다른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군사공격에 나설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25년 동안 이란에 대해 각종 제재를 가해 와, 지금 수준 이상으로 압력을 높일 수단도 없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의 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란 대통령) 아마디네자드가 합리적인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외교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간 <뉴요커>도 최근 부시 대통령이 상·하원의 유력 의원들과 만나, B61-11 벙커버스터 핵폭탄 등을 동원해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군사력 사용 논의를 주도한다면 명분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 정부 전문가들조차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의도가 있더라도 현재 수준에서는 5~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하는 상황이다. 이란이 생산에 성공했다고 최근 발표한 3.5% 수준의 저농축우라늄도 발전용 연료로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이란의 합법적 권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언론과 정부는 최근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부쩍 강조하면서, “이대로라면 이란이 곧 핵무기 보유국을 선언해 ‘제2의 북한’이 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무력공격이 효과가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강경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등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막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추이티엔카이 외교부 부부장을 14일 이란으로 급파해, 이란 정부와 논의를 시작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13일 “이란 핵시설에 대한 무력공격은 이미 많은 불길을 안고 있는 중동에서 위험한 폭발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을 방문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13일 이란이 핵 활동을 중단하라는 서방 쪽 요구를 거부하고 있지만 핵 프로그램 문제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란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28일부터 이란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