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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현장에서] 유럽선풍 안은미 국내선 ‘찬밥’이다

등록 2006-04-18 19:58

‘빡빡머리’에 원색 의상으로 유명한 현대무용가 안은미(44)씨. 지난 5일부터 유럽 7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는 그에게 유럽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하고 있다. <가디언> <더 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현장 취재를 나왔고, 각국의 무용계 유명 인사들이 공연을 보러 왔다. 유럽 주요 극장들은 안씨를 먼저 데려가려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무용의 메카인 유럽에 ‘안은미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무용계에서 그는 철저한 비주류다. 지난해 ‘올해의 예술상’에서 안씨는 수상자 명단에서 일찌감치 멀어졌다. 공연 중 옷을 벗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 유럽 공연에서 선보이고 있는 신작 <신춘향>의 남자 주인공 ‘이도령’ 역을 중국 무용수 자오 량이 맡은 사연도 비주류의 설움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헌칠한 외모와 기량을 갖춘 남자 무용수 몇 사람을 섭외했지만, 막판에 가서 다들 손을 들더라는 것이다. ‘선생님’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자기가 모시는 선생님이 아닌, 다른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교수마다 무용단을 거느리고 있기에, 졸업 뒤에도 ‘눈치’는 계속된다.

우리 예술계에는 창작 의욕을 꺾는 온갖 편견과 제도, 권력이 널려 있다. 문예진흥기금을 받아내는 일부터 극장을 빌리는 일까지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선생님’들의 도움 없이는 공연 하나도 올리기 어렵다.

기성 권력과 함께하지 않는 무용가의 미래는 거친 가시밭길이다. 안은미씨는 그 길을 마다지 않고 걸어왔다. 홍대 앞 클럽에서 ‘생춤’을 추던 그가 외국으로 눈을 돌린 것은 답답하고 후진적인 국내 무용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우회 전략인 셈이다. 변방을 자처하는 ‘낮도깨비들’을 더 많이 보고 싶다. 그리고 듣고 싶다. 그들의 성공담을.

암스테르담/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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