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 ‘민주화 압박’ 에두른 경고…24일 정상회담
“14년 전 러시아는 누구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들을 위해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따라서 러시아의 민주주의적 원칙과 제도는 오늘날 러시아적 생활과 전통, 역사에 맞춰져야 한다.”
최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권위주의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온 블라디미르 푸틴(52) 러시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한 슬로바키아 방문을 이틀 앞둔 22일 크렘린에서 슬로바키아 언론과의 회견에서 자기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는 부시의 민주주의론에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외부로부터의 친밀한 시선은 우리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며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 문제가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용돼서는 안된다”며 “러시아 동반자들의 목표가 이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제도와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빌미로 국내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점잖은 경고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 대통령은 여러번 나를 친구로 불렀고, 나 역시 그를 내 친구로 생각한다”며 지난 부시 대통령과 지난 5년간의 개인적 유대를 강조하면서 “(미-러간) 유대관계는 공통의 이익 덕분에 여전히 강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와 이라크 사태, 이란 문제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런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24일 정상회담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지킨다는 보장을 받아내는 수준 이상으로 공개적으로 민주주의 강의를 하거나 주요8개국(G8)에서 러시아를 제외시키겠다는 얘기를 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로서는 러시아의 민주·자유 문제보다는 안보와 에너지 문제 그리고 전지구적 사안에 대한 협력이 미-러간의 최우선적 과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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