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국 여론조사…대미 호감도도 하락
세계 여론은 “미군의 이라크 주둔이 핵개발에 나선 이란보다 세계 평화에 더 큰 위협”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3∼5월 세계 15개국 1만6710명에게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 요소’를 물었을 때, 미국과 독일을 제외한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터키, 인도, 파키스탄 등 13개 국가에서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지목한 응답이 이란 핵개발을 꼽은 이들보다 많았다고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이 14일 보도했다. 일본인은 46%가 북한을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지지는 러시아와 인도에서만 겨우 50%를 넘었고, 나머지 모든 국가에서 급락했다. 15개국 가운데 10개국에서 “이라크전이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미국에 대한 호감도도 뚜렷하게 하락했다. 미국이 새 ‘동맹’으로 선택한 인도에서는 대미 호감도가 지난해 71%에서 올해 56%로 감소했고, 일본에선 77%에서 63%로, 터키는 23%에서 12%로, 스페인은 41%에서 23%로 떨어졌다. 중국과 파키스탄에서만 대미 호감도가 약간 올랐다.
여러 사안에서 서방과 이슬람권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에선 90% 이상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했지만, 이슬람권의 파키스탄, 이집트, 요르단에선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미국인의 80%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테러리스트에게 넘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슬람권 국가들에선 55∼80%가 “이란이 핵무기를 방어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 집권에 대해 미국·프랑스·독일인들의 과반수가 “나쁜 일”이라고 답한 반면 이집트·요르단·인도네시아·파키스탄에선 “좋은 일”이라는 견해가 61∼87%였다.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감자 확대와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해 들어봤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75%로, 서유럽과 일본의 90%에 비해 훨씬 적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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