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가 이란핵을 놓고 석유 수급과 관련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투르키 알-파이잘 주미 사우디 대사는 20일(이하 현지시각) 이란핵을 대화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만약 이란이 공격받을 경우 유가가 "최고 3배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샘 보드먼 에너지 장관은 전략비축유(SPR)가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이 단행될 경우 석유시장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를 `새삼스럽게' 분석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알-파이잘 대사는 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연초 국정 연설에서 '중동 석유 의존을 크게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을 `평가절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에게 편지를 보내 사우디의 석유 생산과 정유 능력확대 노력을 계속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부시는 지난해 4월 당시의 압둘라 왕세자를 자신의 크로퍼드 개인 목장을 초대해 환대하면서 사우디로부터 석유 부문에 모두 5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부시가 중동 석유 의존을 대폭 줄이겠다는 점을 이후 국정 연설에서 밝히면서 양국간에 묘한 마찰이 빚어졌고 결국 사우디가 백악관측에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파이잘 대사는 이날 미국에너지협회(USEA) 회동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핵을 계속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현재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내외를 오르내리는 것과 관련해 "이 가운데 20-30달러가 심리적 불안감에 따른 프리미엄"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인 이란을 공격할 경우 석유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시장의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란이 공격받을 경우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물론 걸프 유전지대 전역이 타격받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알-파이잘의 이 같은 대미 견제는 부시와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1일 빈에서 회동해 이란핵을 주요 의제의 하나로 논의하기 직전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사우디의 이 같은 제스처에 대해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보드먼 장관은 20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설사 이란이 석유 수출을 중단한다고 해도 미국의 SPR이 충분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미국이 유사시에 대비해 근 7억배럴의 SPR을 확보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보드먼은 더욱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이 세계 석유수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에너지부가 '특별히 분석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을 애써 부각시키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란핵이 중대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카드'를 놓고 미국과 사우디간에 벌어지는 `석유 기싸움'도 갈수록 미묘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조짐이다 .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 (서울=연합뉴스)
알-파이잘의 이 같은 대미 견제는 부시와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1일 빈에서 회동해 이란핵을 주요 의제의 하나로 논의하기 직전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사우디의 이 같은 제스처에 대해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보드먼 장관은 20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설사 이란이 석유 수출을 중단한다고 해도 미국의 SPR이 충분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미국이 유사시에 대비해 근 7억배럴의 SPR을 확보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보드먼은 더욱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이 세계 석유수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에너지부가 '특별히 분석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을 애써 부각시키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란핵이 중대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카드'를 놓고 미국과 사우디간에 벌어지는 `석유 기싸움'도 갈수록 미묘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조짐이다 .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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