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성정체성이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큰형 효과’ 이론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시카고트리뷴>이 27일 보도했다. ‘큰형 효과’란 미국의 레이 블랜처드가 15년간 형제의 출생 순서가 동성애 성향에 주는 영향을 연구한 이론으로,형의 수에 비례해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록대학교의 앤소니 보게르트 교수는 남성 905명과 그의 형제들을 연구한 결과 가족 간 관계나 사회적 요소가 남성 성정체성을 결정한다는 증거는 없고, 대신 어머니가 남아를 출산한 횟수와 성정체성 간의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보게르트 교수는 “남성이 동성애자가 될 잠재적인 확률은2%”이지만 “11명의 형을 둔 남성이 동성애자가 될 확률은 약 50%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은 남아를 출산한 자궁 환경이 태아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아를 임신한 여성들은 남성 단백질에 노출돼는데, 여성의 몸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해 항체를 만든다. 태아 두뇌에 영향을 끼치는 이 항체는 남아를 출산할수록 더 강력하게 만들어진다고 보게르트 교수는 주장했다. 이 학설은 1985년 남아들이 과민성주의력결핍증,자폐증,난독증에 여아들보다 잘 걸리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제기된 바 있다. 과학자들은 아직 이 항체가 무엇인지 규명해내지 못했으나 미시간 주립대학이 임신한 쥐를 이용해 연구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동성애자 인권단체 스톤월의 맨디 포레스트 대변인은 “성정체성이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며 “사람들이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지 않아야 하듯 동성애자들도 평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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