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교외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 도착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30일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집 ‘그레이스랜드’를 방문하기 위해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러 가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군사협력 전세계 규모로 확대…양국 밀착 총결산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 “다양한 압력” 경고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 “다양한 압력” 경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9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강력히 경고했다. 또 두 나라의 군사협력을 전세계 규모로 확대하는 ‘신세기의 미-일 동맹’이라는 제목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날 2시간 가량의 회담 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사람은 북한 지도자에게 미사일 발사는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함께 보내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발사가 현실화됐을 땐 ‘다양한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구체적 대응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회부) 등 여러가지 기회가 있다”면서도 미사일방위(MD)를 통한 대처를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이 “일본은 물론 미국과 동맹국들이 ‘로켓의 인질’로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밝힌 대목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위협하며 양자 대화를 요구하는 데는 응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사표시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상호 협력에도 의견을 함께 하고, 북한이 2005년 9월 북핵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비핵화를 이행하고, 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을 계속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두 정상은 북한 인권 상황과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공동선언은 고이즈미 총리가 집권한 지난 5년 동안의 미-일 협력을 총결산한 것이다. 동맹 관계의 깊이와 폭을 한층 확대해 ‘미-일 일체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미 관계와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양쪽의 밀월을 최대한 과시했다. 그는 또한 미-일 관계를 “역사상 가장 성숙한 양국 관계”라고 추켜세웠다. 두 정상은 이를 바탕으로 이미 합의한 주일미군 재편을 “완전하고도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경제·군사 양면에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해선 “강고한 미-일 협력으로 중국의 활력을 살려서 동북아 평화와 안녕 유지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유·인권·민주주의·법의 지배를 보편적 가치관으로 내세우며 아시아의 역사적 변혁을 지원해나가겠다고 강조해, 중국에 대한 견제의 뜻을 분명히 했다.
가장 친밀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일본 안에선 우려하는 시각이 더 많다. 공동선언이 ‘포스트 고이즈미’에게 ‘고이즈미 노선’을 따르도록 하는 서약서인데다, 양쪽이 이해를 달리 하는 현안들이 적잖이 차기 정권으로 넘겨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추진 중인 이란 경제제재에 대한 일본의 동참, 미-인도 원자력협정 지지 요구, 주일미군 재편 구체적 실행 등이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고이즈미 총리가 미-일 동맹 일변도로 내달릴 뿐 주변국과의 틈 메우기를 등한시해온 것도 차기 정권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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