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바키아를 방문한 조지 부시(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양국 정상회담을 위해 이반 가스파로비치(가운데) 슬로바키아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회담장인 브라티슬라바 성으로 들어서고 있다. 브라티슬라바/AP 연합
“러시아에 우려 전달”-“외부압력 필요없어” 24일 오후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의 중세 고성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민주주의에 대해 예정된 ‘가벼운 설전’을 벌였다. 지난 4년간 열린 회담 가운데 가장 길게 1시간 넘게 통역자만을 배석시킨 채 회담을 마친 부시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하면서 “건설적이고 친밀한 방식”으로 러시아의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시종 미소로 여유를 보인 부시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법치, 소수 보호, 언론자유과 야당의 보호 등 공통적인 내용이 존재한다”면서 “이런 보편적 원칙에 대한 러시아의 준수 여부에 대한 우려를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14년 전 러시아는 외부의 압력 없이 민주주의를 선택했으며, 전제정치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일부 아이디어는 고려할 만한 것이고 관심을 기울이겠지만, 일부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해 주지사 선거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바꾼 것과 관련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 만큼이나 비민주적인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러시아 관리들은 두 정상이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도 할 만큼 친밀한 사이라며 애써 회담장과 기자회견장에서의 서먹서먹함을 축소하려 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민주주의 신념에 대한 차이에도 두 정상은 북한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된다는 데 대해선 의견을 같이했고, 테러집단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는것을 방지하고 미사일과 핵기술 확산을 막기 위한 수단을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또 휴대용 견착식 미사일 확산을 억제하는 협정에 서명했으며, 미국은 러시아의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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