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필진] 이스라엘아, 이스라엘아

등록 2006-07-21 17:03

내가 석사학위를 한 나라인 말레이시아의 저명한 인권운동가인 찬드라 무자파 박사가 모처럼 한국을 방문한 길에 내가 일하는 학교에 들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관한 강연을 했다. 나는 강연 있기 전에 말레이시아에 있던 4년동안 알게 되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는 종교적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는. 이들의 종교적 조상인 아브라함의 두 아들, 야곱과 이삭은 다시 이슬람교와 기독교를 낳은 전신들이었다는 것을. 그 때문에 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를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오늘 찬드라 박사의 강연은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다른 문제들이 주변에 깔려있다는 것을 배우게 하면서.

그는 우선 현재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다루는 언론들이 말해주고 있지 않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지금 이스라엘의 감옥에는 만여명의 팔레스타인인과 레바논인이 감금되어 있으며, 이중 400여명이 여성과 아동이라는 것을. 이번에 이스라엘군인을 납치한 이들은 바로 이 여성들과 아동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한 협상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일을 저지른 것이라는 것을. 역시 한국의 언론들은 얘기해주지 않은 이야기였다. 가슴이 아파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 땅에서 4천년간을 살아온 이들이다. 한반도의 문명의 역사를 5천여년이라고 본다면, 우리가 이 땅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는 그 이유그대로, 또 많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그들 나라를 설립하고 그 주권을 갖고 있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그 이유그대로 이들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그 땅에서의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엄청난 시간동안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땅에서 그들은 그들이 살아온 삶의 터전을 박탈당하고 이제 변두리로 변두리로 내몰려 살고 있다.

19세기였다고 한다. 유럽에서 정착해 살고 있던 시오니스트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이 살고 있던 땅으로 유입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그리고 1917년 당시 팔레스타인 땅을 식민지배하고 있던 영국이 벨포선언을 통해 그 땅을 그렇게 유입해 들어온 유대인들에게 주기로 약속을 한다. 팔레스타인의 이웃나라들은 이 결정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저항했으나 영국은 이 저항을 무자비하게 억눌렀다.


그 후, 2차대전이 일어났고, 독일 등지에서 나찌에 의한 끔찍한 유대인 대학살이 자행되었다. 그리고, 1948년, 영국, 미국 등은 유엔을 통해 그 당시 팔레스타인 땅에 살고 있던 이들 중 6%를 차지했던 유대인에게 그 땅의 60%를 주기로 결정한다. 나머지 70%의 팔레스타인들에게는 나머지 40%의 땅을 주기로 하면서. 그러자, 유대인들도 팔레스타인들도 이 결정에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반발했고, 몇 달 후 유대인들의 이스라엘은 74%의 땅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로써, 그 해 1948년을 팔레스타인들은 대재앙의 해라고 부른다.

찬드라박사는 말한다. 독일 등을 위시한 유럽이 저지른 유대인에 대한 죄값을 자신들이 직접 갚지않고, 아랍인들에게 지운 격이 되었던 것이라고. 유대인들이 각지에서 탄압받을 때 이들에게 숨을 곳을 주고, 보호해 준 곳은 바로 무슬림 (이슬람교인들)의 땅이었고, 스페인에서 탄압을 받고 도망온 유대인들을 받아준 곳도 다름아닌 지금 우리가 이스탄불이라 부르는 무슬림의 땅이었다고.

그는 또 말한다. 많은 팔레스타인들이 이슬람교인이 아닌 기독교인들이고, 이스라엘 유대세력에 대한 가장 급진적인 저항을 하는 이들도 다수가 기독교인들이라고. 따라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유대교와 이슬람교라는 종교분쟁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사람들과 이들의 삶의 터전인 땅에 관한, 즉, 역사적 권리에 관한 것이라고 말이다.

다시, 1967년 발발한 6일동안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22%의 나머지 땅마저 차지하기에 이른다. 팔레스타인들에게는 물조차 메마른 땅 몇 몇만 남겨졌을 뿐이다.

1988년, 팔레스타인이 분쟁종식을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자기들이 살아왔던 땅의 78%에 대한 소유권을 깨끗이 포기할테니 단 가자지역과 서안 (west bank), 그리고 동예루살렘을 남겨주고, 그동안 떠돌고 있던 500만명의 난민들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약속해 달라고. 2002년, 20여개의 이웃 아랍나라들도 팔레스타인의 이 제안에 동의했고, 2006년 워싱턴 포스트에는 현재 팔레스타인을 이끌고 있는 하마스도 이 안에 동의를 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욕심은 이런 파격적인 제안조차도 허용하지 않았고 제안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 정착하게 된 방식 때문에 이스라엘은 한 번도 이웃나라들이 있는 중동에서 인정받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늘 중동을 완전 장악해 자신의 완전한 통제권 아래에 둠으로써 스스로의 안위를 보장받으려 해 왔다. 1982년, 이스라엘은 당시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의 핵심이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에 있었던 것을 빌미삼아 레바논을 공격한다.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그들에 대항하는 저항세력을 말살하고 싶어했다. 샤바라와 샤탈라라는 두 마을에서의 유대인들에 의한 수천명의 학살이 이 때 일어났다. 바로 그 때문에 레바논인들의 대이스라엘 저항세력인 히스불라가 탄생한다. 2000년, 히스불라는 성공적으로 이스라엘군을 레바논에서 몰아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여러 곳에 고문의 현장들을 남기고 떠났고, 그 때부터 히스불라를 맹렬히 증오하기 시작한다.

중동을 완전한 자기통제하에 두고싶어하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히스불라를 지지하면서 반독일, 반이스라엘적인 입장을 가져왔던 시리아와 이란을 견제해 왔다. 특히, 이란이 핵무기 생산능력을 갖고 중동에서 세력을 확장할까봐 늘 노심초사하는데, 그런 이스라엘은 그러나 이미 200여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스라엘이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면, 당장 레바논과 시리아 (골란고원) 등의 점령을 종식하고 그곳을 떠나야 한다고 찬드라 박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유럽은 2차대전 때 저지른 죄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반이스라엘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고, 미국은 미국 내 시오니스트들의 강력한 로비력에 좌우지되면서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해 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어떤 대권 후보자도 시오니스트에 반대하고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한다. 한 대선에서 공화당의 유망한 대권 후보자였던 폴 핀리는 당시 팔레스타인 지도자였던 아라파트를 만나고 온 후 낙선했다. 미국 내의 시오니스트들은 금융, 언론 (인쇄언론, 인터넷 언론 모두), 학계, 연예계 할 것 없이 모두 장악하고 있다고 하니 이들의 로비력과 언론통제력은 실로 엄청나다고 한다.

석유 때문에 미국은 주요 석유생산국들이 모여 있으면서 이슬람교인들이 다수인 중동 나라들에 꼭두각시 정부가 필요하다. 정치지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전세계의 전략적 해로 10개 중 7개가 이슬람국을 지난다. 이 때문에라도 미국은 중동지역을 장악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이권을 잘 챙겨주고 있다.

9·11 이후 (9·11 사건이 미국의 자작극이었다는 여러 가지 정황의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제 미국은 이라크를 손에 넣고, 그것을 기반으로 또 다른 주요 산유지인 중앙 아시아로 손을 뻗는데 성공했다. 이들 나라들에서 워싱턴의 귀와 입을 대신하는 사회 고위층들은 미국의 목소리를 언제나 대변한다. 이스라엘은 그런 미국을 등에 업고 2006년 7월 다시 레바논을 공격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워싱턴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주고 있는 워싱턴 추종자들은 한미FTA 성사를 주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수감되어 있는 만명의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사람들은 워싱턴과 시오니스트들의 입김에 세계가 놀아나고 있는 와중에 계속해서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하느님이 없는 나도 한 번 물어 보고 싶다. 이스라엘아, 너희의 하느님이 원하는 것이 이것이었드냐?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