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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기상이변으로 신음하는 지구촌

등록 2006-07-26 16:18수정 2006-07-27 00:04

미국에서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24일 워싱턴주 핀리의 투 리버스 파크 보트 선착장에서 4명의 청소년들이 더위를 참지 못하고 강물에 뛰어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24일 워싱턴주 핀리의 투 리버스 파크 보트 선착장에서 4명의 청소년들이 더위를 참지 못하고 강물에 뛰어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염, 폭우, 가뭄때문에...지구촌 피해 계속 늘어
2006년 여름,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지구촌이 폭염에 녹아내리고 있다. 도처에서 최고기온 기록이 바뀌는 가운데, 3만2천명을 희생시킨 2003년 유럽 폭염사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동남아보다 뜨거운 유럽·미국=지난주부터 본격화한 폭염으로 유럽은 거대한 찜통으로 변했다. 25일까지 각국 최고기온(섭씨 기준)은 △보스니아 41도 △스페인 40도 △프랑스 파리·독일 베를린·이탈리아 피렌체 39도 △네덜란드 37도 등이다. 25일 영국 남부에서 기록된 36.5도는 1911년 이후 영국의 7월 기온으로는 최고이고, 네덜란드는 1706년 기온측정 시작 이래 가장 높은 7월 평균기온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보다 달아오른 유럽의 공기는 프랑스 40여명을 포함해 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6주째 평년기온을 웃도는 프랑스의 베르나르 스트로스 기상청장은 “기온이 2003년 8월 초처럼 오르지는 않았지만, 폭염 지속기간은 그때보다 길다”고 말했다.

산업 피해도 잇따른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에서는 냉각수 부족으로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고, 프랑스에서는 전신주가 휘어져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독일 엘베강은 가뭄으로 일부 수심이 90㎝까지 내려가면서 수상 운송이 중단됐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휴가철에 의료파업이 겹쳐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정부는 퇴역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현장으로 나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센트럴밸리의 수은주가 46도까지 오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25일까지 50명 이상이 폭염에 따른 심장마비 등으로 숨졌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남캘리포니아의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가운데, 주정부는 전력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의 1~6월 기온은 기상자료 비교가 가능한 1895년 이후 가장 더웠다.

남반구도 예외가 아니다. 가뭄에 시달리는 오스트레일리아 툼바시는 정수처리된 하수를 식수로 쓸 것인지 주민투표를 벌이기로 했다. 브라질 상파울루는 기온이 30.2도까지 올라 63년 만에 가장 더운 겨울을 맞았고, 이구아수폭포 수량은 70년 만에 가장 적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동아시아는 물난리=동아시아에서는 장마와 태풍이 재난을 일으키고 있다. 이달 중순 중국 남부를 강타한 태풍 빌리스로 600여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실종됐다. 이어 태풍 개미가 25일 중국 남부에 상륙해 비를 뿌리기 시작하면서 푸젠성과 저장성 주민 70만여명이 대피했다.

이달 중순 장마가 휩쓴 한국에서는 49명이 사망·실종됐고, 북한에서는 사망 121명에 실종 127명의 피해가 집계됐다고 국제적십자사 평양사무소가 밝혔다. 지난주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에는 5일간 12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큰비로 일본에서 2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왜?

지구 온난화로 재해 갈수록 잦아져

“폭염 2040년에는 2년에 한번 될 것”

2003년 8월 초 섭씨 40도를 웃돌며 유럽대륙을 달군 폭염은 과거 기준으로는 1천년에 한 번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자연재해다. 그러나 불과 3년이 지난 올해 여름 일부 지역 기온이 다시 최고기록을 갈아치우자, 유럽 각국 정부의 표정이 심각해지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폭염의 일차적 원인은 여름철에 맑은 날이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구름이 없는 가운데 강한 햇볕으로 대기가 뜨거워졌고, 좀처럼 비가 안 와 대지와 대기가 식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근처의 태평양 위에서 강한 고기압이 열기를 식히는 제트기류를 막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과학계에서 논란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폭염과 폭우가 잦은 데는 지구 온난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세기에 1도 가량 상승한 지구 평균온도는 2003년 8월 폭염과 같은 수준의 폭염 발생 빈도를 1천년에 한 번꼴에서 500년 또는 250년에 한 번으로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거 100년 또는 몇백년 동안 변하지 않던 최고기온 기록이 불과 몇년 새 바뀌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온난화가 계속되면 재해 발생 빈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한 실험을 진행한 영국 기상학자 피터 스톳은 “온난화 추세는 최고기온 초과의 위험을 극적으로 높인다”며 “지금은 2003년과 같은 폭염 발생 빈도가 250년에 한 번이지만, 2040년에는 2년에 한 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난화 위험을 경고하는 학자들은 또 매년 50여개가 발생하는 열대폭풍이 2025년에는 100여개로 증가하고, 현재 지구의 45%를 차지하는 말라리아 감염 모기의 서식 지역이 60%로 늘 것으로 예측한다. 이본영 기자

이달 중순 장마가 휩쓴 한국에서는 49명이 사망·실종됐고, 북한에서는 사망 121명에 실종 127명의 피해가 집계됐다고 국제적십자사 평양사무소가 밝혔다.

지난주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에는 5일간 12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큰비로 일본에서 2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찜통 더위로 25일 프랑스 파리의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올라간 가운데 어린이들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에펠탑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왼쪽) 전력비상사태가 선포된 캘리포니아 세네제이에서 퍼시픽 가스 전기사 직원들이 전선을 복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찜통 더위로 25일 프랑스 파리의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올라간 가운데 어린이들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에펠탑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왼쪽) 전력비상사태가 선포된 캘리포니아 세네제이에서 퍼시픽 가스 전기사 직원들이 전선을 복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 캘리포니아 커먼의 파체코 목장에서 선풍기와 스프링 쿨러를 이용해 소의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 캘리포니아 커먼의 파체코 목장에서 선풍기와 스프링 쿨러를 이용해 소의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약 1천300km 떨어진 멘도사주 푼타 데 바카스에서 트럭들이 눈 덮인 도로위에 멈춰서있는 모습. 폭설로 인해, 칠레로 가는 이 고속도로가 폐쇄돼 트럭 약 1천500대와 다수의 관광객들이 멘도사주에서 발이 묶였다(AP=연합뉴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약 1천300km 떨어진 멘도사주 푼타 데 바카스에서 트럭들이 눈 덮인 도로위에 멈춰서있는 모습. 폭설로 인해, 칠레로 가는 이 고속도로가 폐쇄돼 트럭 약 1천500대와 다수의 관광객들이 멘도사주에서 발이 묶였다(AP=연합뉴스)

26일 폭우에 잠긴 인도 암리차르의 도로를 시민들이 오토바이와 차로 물살을 가르며 지나고 있다. 암리차르(인도)/AFP 연합
26일 폭우에 잠긴 인도 암리차르의 도로를 시민들이 오토바이와 차로 물살을 가르며 지나고 있다. 암리차르(인도)/AFP 연합

지난 24일 섭씨 36.3도의 폭염 속에 화재 진압에 나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로사의 한 소방관이 목줄기에 물을 들이붓고 있다. 샌타로사(미국 캘리포니아주)/AP 연합
지난 24일 섭씨 36.3도의 폭염 속에 화재 진압에 나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로사의 한 소방관이 목줄기에 물을 들이붓고 있다. 샌타로사(미국 캘리포니아주)/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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