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보도…국제법 위반 개발경쟁 우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워싱턴 근교 군기지에 비밀리에 대규모 생물무기연구소를 건설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30일(현지시각) 폭로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세균전에 대비한 각국의 생물학무기 개발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국토안보부 산하 ‘국립 생물학방위 분석대응센터’(NBACC)가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메릴랜드주 포트 데트릭에 1억2800만달러를 들여 8층 높이, 4500평 규모의 실험실 건물 공사를 시작했으며, 2년 뒤에는 외부인의 출입과 감독을 철저히 차단한 세균전 실험실이 가동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생물학방위 분석대응센터는 9·11 테러 직후 탄저균 편지 배달사건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평가를 하고자 만들어졌으나, 세균전 테러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병원균 실험과 대응 전술을 연구하는 등 조직을 확대해 왔다. 포트 데트릭은 1969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생물무기 생산이 중단되기까지 미국의 생물무기 생산을 주도했던 군기지다. 미국은 72년 생물무기금지협약(BWC)에 서명했다.
2004년 국토안보부가 한때 공개했던 웹사이트 자료를 보면, 센터의 16가지 ‘우선적 업무’ 가운데는 생물적 위협이 되는 새로운 병원균과 유전자 조작 병원균,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연구와 동물 실험뿐 아니라 적대세력에 대한 모의공격 훈련 등도 포함돼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 연구소가 방어적이기 때문에 완전히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치명적인 세균과 바이러스들을 집결해 연구하는 행위가 언젠가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된 실험으로 새로운 위험을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물무기를 금지하는 국제법에도 위반되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주도해 발효시킨 생물무기금지협약은 “생물무기의 개발이나 생산·비축 및 획득을 금지하고 방어용과 공격용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메릴랜드대 공공정책학과의 밀턴 레이텐버그 교수는 “이런 종류의 실험을 다른 나라가 한다면 국제법 위반이라고 한다”며 “우리가 이런 일을 하게 되면 이란이나 북한의 세균전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츠버그의과대 생물안보센터 설립자인 타라 오툴 교수도 “우리의 의도가 선하기 때문에 뭐든 할 수 있다고 하는 논리에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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