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야스쿠니 참배 등 4대 현안에 개헌문제까지 갈등
한국 정부는 ‘아베의 일본’과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 현실적으로 뾰족수가 없는데도 한-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북핵 문제 등을 풀려면 일본 쪽의 협조가 필요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회담까지 중단된 한-일 갈등이 쉽사리 풀릴 것으로 내다보는 정부 관계자들이 별로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치 지도자의 올바른 역사인식과 행동이 관계 개선에 필수적임을 쉼없이 강조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제61돌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국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대일관계 개선의 기본 노선을 간결하게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일본은)여러 차례의 사과를 뒷받침하는 실천으로, 분명하게 증명해야 할 것”이라며, △독도 △역사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4대 현안의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처’를 촉구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치지도자의 야수쿠니 신사 참배 중단과 제3의 추도시설 건립,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가동 따위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사실상 ‘총리 공약 1호’로 내걸고 있는 개헌문제까지 얹혀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헌법 개정 자체를 두고 시비를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은 헌법을 개정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못을 박았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 4일 외교협회 강연에서 “일본의 우파적 경향 확산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역사문제에서 진전이 없다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개헌 문제가 한-일 갈등의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정치·외교적 갈등이 경제·문화 분야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편,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등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한-일 양자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상호 방문 정상회담보다는 다자 무대가 부담이 적다”며 “성사 여부는 다음 일본 총리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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