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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국식 민주화의 오만

등록 2005-03-04 18:14수정 2005-03-04 18:14

[세계를 보는 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2기 행정부의 국정목표로 밝힌 ‘전세계 민주주의의 확산과 폭정의 종식’을 위한 수단이 구체화되고 있다. 3일 미 상하 양원에 동시에 상정된 ‘2005 민주주의 증진법안’은 2025년까지 전세계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영향력을 동원할 것”을 규정하고 그 방법과 구체적 조처들을 담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미국에 ‘폭정의 종식’ 발언을 취소·사과하는 등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북한을 핵심대상국가로 지목한 이 법안은 한반도에 또 한차례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게 분명하다. 북한만이 아니라 ‘폭정의 전초기지’로 함께 지목됐던 쿠바, 미얀마, 이란, 벨로루시, 짐바브웨 등 5국을 포함해 전세계 45개 대상국가들의 강한 반발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 나라에는 러시아, 중국 등도 들어 있다.

‘독재종식과 민주주의지원법’이라는 원래의 법안 명칭에서 보듯, 이 법이 노리는 바는 분명하다. 대상국가의 주재국 외교관이 현지에서 민주주의 전파의 선봉에 서도록 규정한 이 법안은 주재국의 국내정치에 대한 개입을 금지한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도 어긋나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민주주의의 보편원칙은 모든 나라에 해당하며 민주주의의 확산이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부시 행정부의 단선적 사고방식은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우월적 가치’를 강요하는 새로운 제국주의적 행태와 다름없다.

전세계 민주주의의 양상이 나라마다 차이가 있듯이 민주주의란 일종의 문화이며, 민주화는 외부의 강요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역사적 사례들은 보여주고 있다. 또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한 미 국무부의 연례 인권보고서 예에서도 보듯, 자신은 언제나 선이며 진리라는 저들의 시각은 지극히 오만하고 위험해 보인다. 설사 민주화에 외부 압박이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그 필요 여부를 미국 마음대로 결정하고 실행할 권리를 누가 주었는가?

이 법안을 기초한 마크 팔머 프리덤하우스 부사장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진정한 악의 축 정권 분쇄하기:2025년까지 지구상의 마지막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쓴 전직 외교관으로, 2기 부시행정부 외교정책의 근간이 된 〈민주주의론〉의 저자인 이스라엘 강경우파 정치인 나탄 샤란스키 이주민담당 장관과 각별한 사이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국무부 차관보로 재직하면서 1986년 소련 반체체인사이던 샤란스키의 교환협상에 직접 관여했고, 현재 그가 일하는 프리덤하우스는 최근 국무부로부터 197만달러를 지원받아 북한인권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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