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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한승조 교수 글, 일본 우익 역사논리 판박이

등록 2005-03-04 18:40수정 2005-03-04 18:40

일본 월간지 <정론> 4월호에 실린 한승조 명예교수의 ‘공산주의·좌파사상에 기인한 친일파 단죄의 어리석음, 한일합병을 재평가하자’는 제목의 기고문. 도쿄/연합
일본 월간지 <정론> 4월호에 실린 한승조 명예교수의 ‘공산주의·좌파사상에 기인한 친일파 단죄의 어리석음, 한일합병을 재평가하자’는 제목의 기고문. 도쿄/연합
‘조선침략’ 개발·근대화 관점 긍정
국내 ‘교과서포럼’ 일본우익사관 원용

“우발적인 일이 아니다. 산발적으로 제기됐던 한국 극우의 논리를 총정리해 드러낸 것이다.”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가 일본의 월간지 <정론>에 기고한 글에 대한 주진오 상명대 교수(사학)의 평가다. 한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자유주의시민연대’는 즉각 “단체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학자들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국내 우익세력의 평소 ‘신념’이 한 교수의 글에 스며있다는 것이다.

◇일본우익과 닮은 논리=문제가 된 글에 담긴 한국 우익의 논리는 일본 우익의 역사인식과 닮았다. “러-일전쟁은 … 세계의 억압받는 민족들에게 독립에 대한 한없는 희망을 안겨 주었다.” 한반도 강점의 결정적 계기였던 러-일전쟁 승리에 대한 일본 후소사판 <새로운 역사교과서>의 내용이다. 러시아를 꺾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조선에 ‘이로운 일’이었다는 논리다. 한 교수가 “러시아에 점거·병탄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한 것은 바로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해 을사조약을 맺은 사실을 긍정하는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배는 오히려 축복해야 할 일”이라는 한 교수의 언급도 지난해 3월, “한국의 발전은 일제가 인적·제도적으로 남긴 것을 활용했다는 것이 일본의 시각”이라고 밝힌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한국지국장의 발언과 닮았다.

◇ 동아시아의 우익동맹=일본 우익과 한국 우익이 서로를 불러내 맞장구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주백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일본 우익은 반중·반북을 기본으로 삼고, 노무현 정부를 ‘친북좌파’로 몰아세워 적대하고 있다”며 “바로 이 지점에 한국 우익과 일본 우익이 만나는 ‘공통의 지평’이 있다”고 짚었다. 이 과정에서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일본 우익이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청산을 친북좌파의 논리로 몰아붙이는 한국의 우익과 만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한국 보수학자들이 출범시킨 ‘교과서 포럼’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일본 우익들이 사용해온 ‘자학사관’이라는 용어를 빌려 현행 한국의 역사 교과서를 비판한다. 일본 우익이 말하는 ‘자학사관’은 식민지배를 반성하는 시각에 대한 비판이고, 한국 우익이 비난하는 ‘자학사관’은 군사독재를 극복하려는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요약된다.

◇반공·반북을 향한 친일 논리= 지난해부터 역사학계의 큰 논쟁이 된 ‘식민지 근대화’론은 한국 우익의 역사재평가와 관련해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제 식민지 시기를 개발과 근대화의 측면에서 보자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한국의 발전은 일제의 개발정책 덕분”이라는 식민사학을 강화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주진오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이 실증적·학문적 접근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경제성장의 ‘성격’을 보지 않고 그 ‘수치’만을 근거로 삼은 것은 식민지배 정당화 논리와 잇닿아 있다”고 말했다.


일제 식민지배 긍정은 군사독재에 대한 긍정으로 옮겨가고, 이는 다시 반공·반북의 냉전논리와 연결된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사학)는 “한 교수의 글에는 당시 조선이 누군가에게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식민사관’이 녹아 있고, 이는 한국 민중이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야 했다는 독재 불가피론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군사독재의 긍정과 친일에 대한 우호적 태도의 밑바탕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가 깔려있다. 주진오 교수는 “식민지배 긍정, 친일파 옹호는 결국 반공·반북으로 귀결되고, 이는 다시 자신들이 적대하는 세력을 용공좌파로 덧씌우는 논리로 번진다”고 짚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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