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설립 30년째인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에서 1만2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1735곳 지점을 통해 6만여개의 마을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이 은행은 1인당 평균 200달러의 소액 대출로 매년 5억달러 정도를 빌려주고 있다. 현재 총 대출 누적액만도 57억달러를 넘고 대출자 누계도 1700만명에 이른다. 이 나라 인구가 1억4100만명이니, 10% 이상이 이 은행의 혜택을 입은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누적 대출액 대비 상환율은 98.85%에 이른다. 이런 높은 상환율 때문에 30년 동안 적자를 기록한 해는 딱 3년뿐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 은행은 5명이 조를 이뤄, 그 가운데 일단 2명이 대출을 받으면 나머지 3명은 대출자들이 상환한 액수 한도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독특한 대출규정을 가지고 있다. 또다른 특징은 대출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래서 대출자에는 돈 한푼 없는 거지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은행의 지분 94%가 고객인 농촌 빈민들의 소유라는 점도 눈에 띈다. 나머지 지분은 방글라데시 정부가 가지고 있다.
또 경제활동이 어려운 기혼여성 등 여자들에게 전폭적으로 돈을 빌려줘, 여성들의 권익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실제 그라민은행의 이용자 550여만명 가운데 여자가 96%에 이른다. 대출받은 빈민 가운데 58%는 빈곤을 어느 정도 탈출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은행은 현재 사업영역을 넓혀 소액대출 이외에 주택자금 대출과 관개 및 어장 설비 대출도 다루고 있다.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는 방글라데시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라민은행을 모델로 오늘날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를 운영하는 기관은 100여개국에서 250곳이 넘는다.
유누스 박사는 과거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방글라데시에서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만이 시계처럼 정확히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강성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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