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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중거리 핵전력 감축협정 탈퇴뜻”

등록 2005-03-09 21:03수정 2005-03-09 21:03

FT “이바노프 국방장관, 럼스펠드에 밝혀”
현실화땐 미·중·유럽 관계악화 불가피 전망

러시아가 최근 1987년 미국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INF) 감축협정 철회 의사를 내비쳤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1월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만나 이 협정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밝히며 미 행정부의 반응을 떠봤으며, 럼스펠드 장관은 이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답하는 등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부는 나중에 대표단을 워싱턴으로 보내 이런 제안을 철회했다고 러시아 소식통이 밝혔다.

러시아가 국제적인 군비 통제 체제의 한 기둥인 이 협정 탈퇴 계획을 언급한 것은 최근 러-서방 관계가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핵 연료 제공협정을 맺은 바 있다. 러시아는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유럽 확장과 중국의 잠재적 군사 위협을 우려해 기존 핵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워싱턴의 군축 옹호자들은 이 협정이 붕괴된다면 핵무기 비확산 노력과 함께 러시아의 유럽과 미국의 관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러시아의 철회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래리 디 리타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협정의 서명자이며, 협정은 유용하게 운용되고 있다”며 “그 문제는 전반적인 논의과정에서 나왔으며, 럼스펠드 장관은 그것은 여러 기관이 결정할 문제이지 국방부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매튜 번 하버드 대학 핵무기 전문가는 러시아내 군부 강경파들은 나토의 팽창과 중국의 잠재적 위협 등을 우려해 이 협정에서 탈퇴하길 원해왔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 협정을 폐기할 경우 감수해야 할 “정치적 고통”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헨리 스콜스키 전 미 정부 군축관련 담당자이자 비확산정책 교육센터 소장은 러시아가 감축 협정에서 탈퇴하면 중국 및 유럽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되겠지만 미국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냉전 시절 동서 진영 간 군축 노력의 토대가 됐던 중거리 핵전력 감축 협정은 사정거리가 500~5500㎞로 미국 본토를 제외한 유럽과 알래스카를 목표로 할 수 있는 지상발사 순항 및 탄도 핵미사일과 재래 미사일들을 폐기하기 위한 것이다. 이 협정으로 1991년 6월까지 미국과 옛소련 양쪽은 약 2692기의 미사일을 폐기했으며, 불가리아는 2002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이 협정에 따라 미사일을 폐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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