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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베트남전 살포 미군 고엽제 30년 지난 뒤에도 인체위협”

등록 2005-03-13 17:25

파리 국제회의 발표…미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기각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살포한 고엽제가 30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도 광범한 토양을 오염시키고 인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트남 참전 자국인 고엽제 피해자들에게는 거액을 배상해준 미국 법원은 최근 베트남인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베트남·프랑스친선협회 주최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고엽제 관련 국제회의에서 쩐 쑤언 투 베트남고엽제피해자협회(VAVA) 부회장은 “베트남전 당시 미국은 20여 가지의 각종 고엽제 8천만ℓ를 베트남 남부 지역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 무차별 살포했다”며 “전쟁에 이은 ‘질병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엽제에 직접 노출된 사람 수를 “210만명에서 480만명까지”라고 추산하면서 공산군이 정글을 은신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군이 1954년부터 1975년까지 21년 동안에 걸쳐 고엽제를 살포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당국이 1천개 이상의 토양 샘플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현존하는 독성물질 가운데 가장 인체에 위험한 다이옥신의 농축비율이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엽제 환자인 쩐 부회장은 잔류 다이옥신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20년 이상이 걸리며, 토양의 경우 2m까지 파고들어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암, 면역체계 교란, 기형아 출산, 유산, 신경계 파괴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호치민(옛 사이공) 뚜 두 병원의 응웬 티 응옥 푸엉 원장도 1980년대부터 조사한 결과 고엽제에 노출된 여성이 출산한 294명의 어린이 가운데 5.4%가 기형아인 것으로 나왔다며, 이 비율은 다이옥신에 노출되지 않는 여성이 출산한 기형아 평균비율 0.4%를 훨씬 웃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엉 원장은 또 고엽제에 노출된 여성의 태아 사망률 역시 0.34%로 그렇지 않은 사망률 0.02%를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지역에서 고엽제가 살포된 기간에 태어나 자란 여성의 경우 이전에 태어난 여성보다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비율이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연방법원의 고엽제 배상 소송 기각 판결과 관련해 베트남고엽제피해자협회는 “분명한 진실에 대해 눈을 감아버린 부도덕한 미국 법원의 기각 결정에 실망했다”며 항소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앞서 잭 와인스타인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 판사는 지난 10일 미국이 1975년 4월 전시 독가스 사용 금지정책을 채택하고 이를 금지한 제네바 협약(1925년)을 비준했으므로 그 이전시기인 1971년까지 미국이 베트남에서 고엽제를 사용한 것은 법이나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며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그는 또 “비록 미국이 베트남전 기간 중 제네바 협약의 서명국이었다 하더라도 협약이 고엽제의 사용을 금하지는 않았다”며 “금지는 사람에게 유해한 가스에만 적용되고 인간에게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을 초래한 식물에게 쓰일 제초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미국내의 전례와 어긋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는 1만여명의 베트남 참전 용사들이 고엽제 노출과 관련해 장애연금을 받고 있으며, 몬샌토 등 7개 고엽제 제조회사들은 1984년 미국 내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손해배상 소송에는 1억8천만달러의 보상금 지급에 합의한 바 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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