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나쁜지방(트랜스지방)’과 전쟁중

미 뉴욕시 “모든 식당서 퇴출” 결정
타코벨·KFC 등 “사용 않겠다” 선언
국내선 5% 이하 ‘권고’ 규제 걸음마

각종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트랜스지방’과의 전쟁이 거세지고 있다. 5일(현지시각) 뉴욕시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트랜스지방을 아예 금지하기로 결정했고, 시카고도 비슷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스지방 물러나거라”= 뉴욕시 보건위원회가 결정한 내용을 보면, 내년 7월부터 패스트푸드 업체는 물론 시내 모든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튀긴 음식 등의 트랜스지방 함량은 0.5g 이하로 줄어야 한다. 또 2008년 7월부터는 규제대상이 도넛과 케이크 등 모든 음식으로 확대된다. 뉴욕시는 이날 패스트푸드 등을 대상으로 메뉴판에 칼로리 및 성분 정보를 표시하도록 하는 규제안도 마련했다.

하버드대가 1999년 내놓은 ‘트랜스지방산과 관상동맥질환’ 보고서를 보면, 트랜스지방 대신 불포화지방을 섭취한다면 미국에서 연간 3만~10만명의 심장병 사망을 예방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하루에 트랜스지방을 5g 넘게 먹을 경우 심장병 발병률이 25%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섭취 열량 중 트랜스지방에서 나오는 열량이 1%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식품 업계 움직임은?= 트랜스지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식품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트랜스지방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은 가공식품 표지에 트랜스지방 함량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덴마크는 2004년부터 트랜스지방 함량이 2％ 이상인 가공식품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다수의 가공식품 제조사들이 트랜스지방 함유량 표시가 의무화되기 전인 2004년부터 트랜스지방 줄이기에 나섰다. 미국의 최대 멕시코식 패스트푸드 업체 타코벨은 최근 자사의 식품에 트랜스지방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KFC는 내년 4월까지 미국 내 5500개 체인점에서 사용하는 기름을 모두 트랜스지방이 없는 콩기름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트랜스지방 정책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한국은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현재 유통되는 식품의 지방 함유량 중 트랜스지방 비율을 5% 이내로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내년 12월부터 빵,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 및 콜레스테롤 함유량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패스트푸드는 이 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식약청 박혜경 영양평가팀장은 “패스트푸드를 포함한 어린이 먹거리 안전관리 강화 방침을 세우고 있다”며 “패스트푸드의 영양기준 설정과 인증제도 지방 함유량 표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랜스지방(산)은 액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불포화지방산)을 마가린·쇼트닝 등 고체·반고체 상태로 가공할 때 산패를 억제할 목적으로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성분이다.

트랜스지방은?

트랜스지방(산)은 액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불포화지방산)을 마가린·쇼트닝 등 고체·반고체 상태로 가공할 때 산패를 억제할 목적으로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진다.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성분이다.트랜스지방을 많이 먹으면 동물성 기름인 포화지방산과 마찬가지로 체중이 늘고, 유해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질(LDL)이 많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트랜스지방은 몸 안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동맥경화를 일으켜 심장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현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