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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불붙는 ‘국가주의’ 부활

등록 2005-03-13 17:40



일본 우익의 도발 (상)

영토확장 공세 ‥정부에 강경대응 촉구

주변국 · 양심세력 향해 거침없는 목소리

을사늑약 100년, 해방 60돌, 한-일 협정 40년의 역사적 의미가 중첩된 올해 초부터 한-일 관계가 바닥 모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 열도 안팎에서 일고 있는 격렬한 마찰음의 진원지는 역사왜곡, 영토확장, 대북제재, 헌법개정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선 일본 우익이다. 준동하는 일본 우익의 최근 행태와 실체를 2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전의’ 불태우는 우익=독도 문제에 이어 개악된 왜곡 역사교과서로 한국 국민의 반발이 고조되자 일본 우파들은 “외압” “반일 캠페인”이라며 이번 사태를 오히려 한국 쪽의 ‘도발’로 몰아가고 있다. 12일 일본 언론들을 보면, 이들은 한국 쪽이 교과서의 타당한 기술을 과장·왜곡하면서 일찌감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의 날’ 제정 조례안과 관련해선 자제를 촉구하는 일본 정부의 대응을 ‘저자세’라며 질타했다. 식민지배 사죄와 배상을 언급한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서도 “간과할 수 없다”며 고강도 비난을 퍼부었다.

우파 언론은 이미 올해 첫날 사설을 통해 주변국, 그리고 자국내 양심세력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며 사실상 ‘선전포고’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예고했다. 양심세력이 강요한 ‘잘못된 전후 60년’을 ‘청산’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우파가 양심세력 타도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 데는 자신들의 일본 사회 우경화 기도가 상당히 먹혀들었다는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자민당, 우파 언론, 문부성 수뇌부, 재계 지도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왜곡 교과서 채택을 위한 총력전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지향점은 우파 이념의 일방통행식 전파가 가능한 강력한 국가주의 부활이다. 이를 위한 최고의 무기가 왜곡 역사교과서다. 이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는 것이야말로 역사의식이 마비된 무비판적 국가주의 인간형을 길러내는 지름길인 것이다. 전후 황국신민을 민주적 평화시민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교육기본법의 개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국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지는 ‘애국심’ 고취가 핵심이다. 우파는 헌법개정 못지않은 정성을 여기에 쏟고 있다.

양심세력을 침묵시키기 위한 ‘초토화’ 작업도 한창이다. 선봉에 선 도쿄도는 지난해 국가주의 강요에 반발해 국가제창 때 기립을 거부한 교사 200여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학생들이 부르는 국가 소리의 크기로 애국심을 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횡행한다. 경찰은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반대를 담은 전단을 아파트단지에 돌렸던 사람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장기 구금했다.

◇거침없는 영유권 주장=지난해 중반 동중국해 섬과 해양자원을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을 계기로 우파는 영토확장 욕심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우익단체가 설치한 센카쿠열도(중국 이름 댜오위섬) 등대의 관리를 해상보안청에 넘겨 실효지배를 한층 강화했다. 2개의 바위로 된 오키노도리를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이 가능한 섬으로 만들기 위해 극우의 대부 격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영토·자원 분쟁을 담당할 정부간 협의기구가 곧 들어설 예정이고, 자민당에는 담당 특위가 설치됐다. 러시아와 대립 중인 북방 4개섬 반환을 둘러싸고 2개를 먼저 돌려받는 등의 중재안을 모색하던 온건파 인사들은 정부에서 ‘싹쓸이’당했다.

시마네현 의회의 조례안 제정 움직임 배후에는 우파들의 분쟁지역화 책동이 자리잡고 있다. 영토분쟁은 해묵은 사안이지만,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것은 일본 우파들이 주변국과의 마찰에 아랑곳 않고 노골적인 국익 제일주의로 치닫고 있는 데서 비롯했다는 지적이 많다.

◇헌법 개정과 군사력 팽창=우파의 본거지 자민당 창당 50년인 올해 우파의 지상목표인 개헌작업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자민당과 제1야당 민주당에 포진한 우파 사이에는 최소한의 방위력 개념에서 출발한 자위대를 무력공격이 가능한 ‘보통군대’로 만들고, 행동반경을 전세계로 넓힌다는 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미-일 동맹을 앞세운 자위대의 군비증강과 해외진출 행보는 훨씬 빠르다. 테러 위협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 북한 핵·미사일과 중국의 군사력 강화 등이 주요한 명분으로 동원된다. 자위대 이지스함의 인도양 진출에 이어 육상자위대가 지난해 이라크 땅을 밟았다. 북·중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제의 동해 실전배치와 납치문제를 빌미로 한 대북 경제제재 여론몰이는 동북아의 긴장감을 한층 증폭시킨다. 평화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해온 무기수출 금지 원칙의 족쇄도 풀렸다. 일본은 전쟁국가로 변모해 가면서 되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열을 올리며 ‘팍스 야포니카’를 외치고 있다.

우파의 준동에 대해 사카모토 요시카즈 도쿄대 명예교수는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상과 같이 역사왜곡 망언을 한 각료가 과거라면 사임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지금은 별게 아닌 것처럼 넘어가고 있다”고 일본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한 뒤 “평화세력의 힘이 약화되고, 전후 교육이 일본인에게 역사의식을 제대로 길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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