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고별회견서 밝혀
31일로 10년간에 걸친 유엔 수장의 임기를 마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열린 고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했던 것이 자신의 임기에 발생했던 최악의 사건이었다고 말했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아난 총장은 “정말로 전쟁을 막을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2003년 이라크 바그다드 소재 유엔 사무실에 대한 오폭 사건, 유엔을 강타한 이라크 석유-식량계획에서의 스캔들 등 이라크 전쟁 관련 사건들도 쓰라린 사건으로 꼽았다.
그는 이라크 석유-식량계획의 실행 과정에서 “감독 과정의 오류가 있었다”고 시인하면서도 유엔에 대한 반대자들이 이 스캔들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식량계획은 1991년부터 유엔의 무역 제재를 받았던 이라크가 식량 같은 인도적 물품을 구입한다는 조건으로 석유를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18억달러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비롯한 옛 이라크 수뇌부로 흘러들어간 점이 드러나면서 아난 총장에 대한 퇴진 압력까지 생겼다.
아난 총장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아직은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거나 그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그것은 오히려 우둔하고 재앙을 초래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르푸르 문제와 함께 중동 문제가 반기문 차기 사무총장이 내년에 직면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아난 총장은 “유엔이 없다면 누가 가난한 사람들이나 약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어설 것이며 레바논 사태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무엇에 의존하겠는가”라며 유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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