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주주의’ 확산 추이
프리덤하우스 ‘20국 향상, 33국 후퇴조짐’ 밝혀
“부시 정책 부정적 영향”…국제기구 선도적 조처를
“부시 정책 부정적 영향”…국제기구 선도적 조처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5년 5월 “중동 등 전세계에서 자유가 확산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이런 확언과는 달리 “지난해 전세계에서 자유의 확산은 진전되지 않고 오히려 정체에 빠졌다”는 프리덤하우스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미국의 보수성향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1972년 이후 정치·시민적 자유화 정도에 점수를 매겨 각국을 △자유국가 △부자유국가 △부분적 자유국가로 분류해왔다. 지난해 자유국으로 분류된 나라는 90곳으로 전년에 비해 단 한 곳 늘었다. 20개국에선 자유화 지수가 높아졌으나 33개국은 후퇴 조짐을 보였다. 자유국은 조사대상 193개국의 46%였고, 부분적 자유국은 58개(30%), 비자유국은 55개(23%)였다.
지난해 정치적 자유의 정체에는 이라크의 종파간 분쟁을 필두로 한 중동 전화의 확산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정 혼란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우선 아태 지역을 보면 타이와 피지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데 이어 스리랑카와 동티모르의 유혈 내전도 악화됐다. 대만은 천수이볜 총통의 부패가 나라를 흔들었고, 미얀마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솔로몬 제도에서도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불길한 자유의 후퇴가 일어났다”고 단체는 지적했다. 중국도 언론탄압과 시민운동가·민권변호사의 투옥이 이어졌다.
중동 역시 이라크는 물론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와 파타의 폭력적 대립,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등으로 지역 주민의 정치·시민적 자유가 현저히 위축됐다. 이집트에서도 반정부 세력 탄압이 광범위하게 자행됐으며, 2005년 부분적으로 지방선거를 도입한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해에는 민주주의의 진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 단체는 “정체 상태가 앞으로 더 지속될 수 있으며 지난 몇년 동안 일궈온 자유화의 진전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 뒤 “강대국과 국제기구들이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선도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 안팎의 여론과 달리, 압제정치를 펴는 수니파 국가와 동맹을 강화하고 이란 봉쇄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민주주의 확산에 부정적 구실을 할 것으로 신문은 내다봤다. 신문은 “최근 부시 대통령의 대이라크 전략은 수니파 아랍국가들과의 동맹에 대한 미국의 신념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들 수니파 국가들은 퇴행적인 독재정치로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를 배태시켰다”고 전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 케네스 로스도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 역할은 이미 파탄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이 말한 민주주의 확산은 정권 바꾸기의 다른 이름”이라며 “(미국은) 자신들 마음에 드는 경우에만 민주주의를 옹호했다”고 주장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 케네스 로스도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 역할은 이미 파탄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이 말한 민주주의 확산은 정권 바꾸기의 다른 이름”이라며 “(미국은) 자신들 마음에 드는 경우에만 민주주의를 옹호했다”고 주장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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