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 유엔 회원국 대표들이 6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를 열어 국가권력 등에 의한 ‘강요된 실종’으로부터 모든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에 서명했다. 미국은 이 협약이 자국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는다며 서명하지 않았다. 한국도 이번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했으나 서명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이번 협약은 발효 뒤 발생한 강제 실종에만 해당된다. 일본이 서둘러 서명한 것은 이번 협약이 과거 납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고, 국내정치적 의미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협약은 1976~83년 군부독재 때 수천명의 실종을 경험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주도로 서명됐다. 유엔이 92년 강제 실종을 비난하는 선언을 채택한 이래 이번 협약은 강제 실종 희생자와 행위자 모두에 관한 구속적인 의무를 각 국가에 부여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전된 성과다. 협약 서명국들은 국가에 연계된 공무원 그룹들에 의해 자행된 불법 감금과 격리행위를 조사하고 기소하는 의무를 진다. 또 비밀 구금 및 재판이 이뤄지는 장소를 불법화하고 이로 말미암은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한 진실 규명과 배상의 권리를 규정했다. 앞으로 임기 4년의 10인 전문위원회가 모든 서명국에서 협약이 제대로 적용되는지를 감시한다.
1981년 이래 세계 90개국에서 4만1천명이 강제 실종을 당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이 중 수천명은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군부 체제에서 실종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전했다. 2005년에는 535명이 강제 실종을 당한 것으로 보고됐다.
파리/연합,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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