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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BBC, 이라크전 비밀자료 폭로

등록 2005-03-18 17:27수정 2005-03-18 17:27

“9·11 무관 부시 취임 직후부터 침공 계획”

“석유메이저-네오콘 석유권 장악놓고 정책전쟁”

부시 미 행정부가 9·11 동시테러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라크를 침공하고 이라크 석유를 장악하려는 비밀계획을 마련했음을 보여주는 자료(사진)들이 폭로됐다. 또한 ‘어떻게 이라크 원유를 장악할 것인가’를 놓고 미 국방부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과 석유 메이저기업(거대기업)들 사이에 ‘정책 전쟁’까지 벌어졌으며, 결국 석유 메이저들의 계획대로 이라크 석유의 운명이 정해져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비비시방송〉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뉴스나잇〉은 17일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원유 관련 계획 작성에 참여했던 에너지 전문가들과 중앙정보국(CIA) 관리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라크 전쟁과 석유에 대한 계획들이 2001년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 뒤 “몇주 안에” 마련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9·11과는 상관 없이 애초부터 석유를 목적으로 이라크를 점령하려 했다는 뜻이다.

〈비비시〉가 입수한 미 국무부 기밀자료 등을 보면, 당시 미국 정부 안에서 이라크 석유 처리에 관한 두 가지 계획을 둘러싸고 석유 메이저들과 국무부의 실용주의자들이 연대해 국방부내 네오콘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라크 태생의 석유사업 컨설턴트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 정부와 사담 후세인의 접촉 채널이었던 팔라 알지부리는 처음에 이라크에 관한 미국의 계획은 이라크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부시 행정부의 요청으로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중동지역에서 열린 비밀회의들에 참석해 이라크의 통치자가 될만한 후보들도 직접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네오콘들은 이라크의 모든 유전들을 매각해 석유수출국기구(오펙)의 산유량보다 훨씬 많은 원유를 생산하게 해 결국 오펙의 영향력을 무력화시키려는 새 계획을 마련했다. 미 중앙정보국 석유분석가이자 현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인 로버트 에벨은 당시 미국과 손을 잡았던 아메드 찰라비의 주도로 런던에서 열린 비밀회의에 참석해 이 계획을 논의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미국의 이라크 점령 뒤 과도통치위원회는 네오콘의 이 계획에 따라 유전 매각을 추진했다. 석유산업 자문가 알지부리는 이 유전 문제 때문에 저항세력들이 더 강하게 반격에 나섰고 원유 관련 시설과 송유관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저항세력들은 ‘이것 봐라, 당신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려는 억만장자들이 당신의 나라와 자원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외치며 이 점을 이용했다.”

석유 메이저인 셸의 미국지사 전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당시 미 정부에 고용돼 이라크 원유생산을 관리했던 필립 캐럴은 자신이 이 민영화 계획을 중지시켰다며, 이후 네오콘이 추진한 민영화 대신 석유기업들이 지지한 이라크 국영석유회사를 통해 원유를 통제하는 방안이 우세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네오콘들은 시장과 민주주의 등에 대해 이데올로기적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석유기업들은 모두 매우 실용적이고 상업적인 조직”이라며 국영석유회사를 통한 원유 장악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비비시〉가 입수한 미 국무부의 이라크 원유관련 최종 계획(2004년 1월 완성)은 미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이라크 국영석유회사를 세울 방안을 담고 있는데, 이 계획 작성에는 현재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의 법률업무를 맡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운영하는 제임스베이커재단이 관여했다.

물론 네오콘들은 이에 대해 비판적이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으로 네오콘 계열인 애리 코언은 “이라크 유전을 민영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민영화가 실현됐다면 오펙을 무력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비비시〉는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네오콘들이 최근 세계은행 등 외부기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은 부시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석유 메이저들의 동맹이 네오콘들을 물리치고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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