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보도…미, 북 압박위해 사실 왜곡
미국이 지난달 초 아시아 우방국들에 전달한 북한의 리비아 핵물질 수출 정보는 북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러 사실을 왜곡해 퍼뜨린 것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따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동아시아를 방문해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당시 사태가 부른 균열을 봉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핵 수출에 대한 정보는 지난 1월 말과 2월 초 마이클 그린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등이 한국·일본·중국을 방문해 전달했으며, <뉴욕타임스> 등도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따 이를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당시 이는 핵물질의 대외판매·이전을 금하는 미국 설정의 이른바 금지선을 북한이 넘었다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정통한 두 사람의 미국 정부 관리들은 우방국들에 전달된 이런 정보가 미국 정보기관이 실제로 행정부에 보고한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폭로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애초 북한은 핵무기로 변환이 가능한 6불화우라늄(UF6)을 파키스탄에 공급했으며, 정작 리비아에 문제의 핵물질을 판 나라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파키스탄이었다는 정보를 전했다고 이 관리들이 밝혔다. 이들은 미국은 북한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파는 거래에 개입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갖고 있지 않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과 파키스탄 사이의 핵물질 거래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데다 대부분 주권국으로서 당연한 사업상 거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이처럼 ‘조작된 정보’를 흘린 시점은 6자 회담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희망이 무르익고 있던 1월 말과 2월 초인데, 미국이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맹국들에 북한이 핵물질을 리비아에 수출했다고 알림으로써 결국 북한의 6자 회담 불참 선언으로 이어졌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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