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앞줄에 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조셉 보렐 유럽의회 의장(가운데)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있다. 정상들은 역내 서비스 시장개방 문제, 대중국 무기금수 해제 문제 등을 논의했다. 브뤼셀/AFP 연합 미 압력굴복 ‘6월전’ 서 ‘내년 이후’ 로
FT "기본입장 불변…속도조절” 분석 유럽연합(EU)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의회의 압력에 굴복해 올 봄에 중국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조처를 해제하려던 계획을 연기하고, 내년까지는 이 문제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미국과 유럽연합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럽의 입장변화 ‘신호’가 최근 며칠 동안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외교정책 대표와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 등을 통해 미국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1989년 중국의 천안문광장 시위대 무력진압 이후 16년 동안 중국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조처를 시행해 왔으나 지난해 12월 올해 6월까지는 무기금수를 해제하기로 결정해둔 상태였다. ◇ 반발하는 미국, 중요한 중국시장=유럽연합은 갑작스레 방침을 바꾸면서 중국의 반국가분열법 통과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이 오래 전부터 대만 독립 절대불가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강경한 반대가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이 문제에 대해 미국쪽과 협상을 벌여온 유럽 외교관들은 미국 정부와 의회가 이 문제에 대해 너무나 강경한 태도여서 놀랐다고 보도했다. 한 외교관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미 의회내에 흐르고 있는 강경기류에 놀랐다”고 밝혔고, 다른 외교관은 “이 문제가 유럽과 미국간의 관계에 새로운 구름처럼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미 하원은 지난달 2일 유럽연합이 무기금수를 유지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411-3이라는 압도적 차이로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이 미국의 반발 때문에 속도를 줄이기로 했으나 금수해제 방침을 바꾼 것은 아니며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고려하면 무한정 연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점점 더 중국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독일의 최대수출 대상국은 중국이다. 지난해 10월 50여명의 기업가들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함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 무기 금수가 “근거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몇달 안에 해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미·일의 중국 군사력 강화 우려=미국이 이 문제로 유럽을 이처럼 집요하게 압박하는 것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이 군사적 강자로 떠오르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21일 미국으로 돌아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대만 해협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해군력을 강화할 첨단기술을 원하고 있으며, 유럽의 무기 판매는 이 지역 안보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결국 이 지역 안보를 책임지는 것은 태평양 주둔 미군”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유럽 첨단무기로 무장한다면 남중국해의 미 군사력을 위협하면서 이 지역의 지정학적 질서를 영원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과 유럽의 관계가 계속 긴밀해진다면 유럽-중국 동맹이 60년 넘게 지속되온 미국-유럽 동맹을 변질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일본과 대만도 이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바라보면서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은 비 강제적인 금수조처보다는 앞으로 더 엄격한 공동 행동강령을 통해 무기수출을 규제할 수 있으며, 미국이 우려하는 첨단무기는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을 설득해 왔다. 유럽연합은 이미 무기수출 허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2003년에도 5억3500만달러의 무기를 중국에 수출하는 등 무기수출을 계속 늘려가고 있으며, 유럽 무기 제조업체들은 무기금수 해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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