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남부 행정기관 장악
여, 야당인사 체포 압박 소련 구성국이었던 키르기스스탄의 상황이 기대를 모았-던 ‘레몬혁명’이나 ‘튤립혁명’의 궤를 이탈해 혼란과 내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 분열의 뿌리=여당이 압승한 지난달 27일 1차 총선과 지난 13일 결선투표의 선거부정에 항의하며 재선과 아스카르 아카예프(60)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야당세력이 제2 도시 오슈와 잘랄라바드 등 남부지역의 행정권을 장악하면서 북부에 기반을 둔 중앙정부와 대치해 남북분단의 위기를 맞고 있다. 15년 동안 계속된 북부 출신 중심의 아카예프 장기집권에 대한 남부의 불만이 총선을 계기로 표출하면서 이슬람주의의 영향이 강한 농경 위주의 남부와 유목 위주인 북부간의 역사적 대립이 재현된 것이다. 남부 시위대들은 “지난 15년간 아카예프가 우리에게 준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투자는 북쪽으로만 갔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소련시절에도 이런 지역정세를 감안해 공화국의 최고지도자를 남부와 북부에서 호선했었다. 그러나 소련 해체 뒤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물리학자 출신의 아카예프는 민주화 약속을 팽개치고 강권통치를 계속하면서 남부의 불만을 키워왔다. 야당쪽은 3선의 아카예프가 오는 10월 대선 때 여당이 75석 가운데 69석을 장악한 의회를 통해 헌법을 고쳐 다시 출마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 내전으로 갈까?=아카예프 대통령은 22일 남부지역 사태가 “외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극단주의 집단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야당의 사임 및 재선거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무력을 동원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당장의 긴박한 충돌은 피했다. 하지만 야당 고위인사들에 대한 체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야당과의 타협의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이에 맞서 7개주 가운데 남부 2개주를 ‘화염병과 몽둥이’로 장악한 야당세력은 자체 ‘인민위원회’를 구성해 아카예프 퇴진 때까지 행정기관 장악을 계속할 태세다. 수도 비슈케크에서 원정시위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키르기스 사태의 또다른 특징은 그루지야의 샤카슈빌리나 우크라이나의 유시첸코처럼 지명도 높은 야당의 상징적 인사가 떠오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야당 자체가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무조직성은 사태를 예기치 않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폭발성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을 후원했던 유럽국가 등 국제사회도 선거부정을 비판하면서도 폭력화한 반정부세력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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