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방어체제 어디까지 왔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미사일방어(MD) 체제는 조지 부시 행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졌다. 부시 행정부는 불량국가의 위협을 빌미로 엠디 배치를 강행하고 있지만, 엠디의 효용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부시 행정부는 법적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2001년 12월13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미사일 요격 실험에 박차를 가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와 전역미사일방어(TMD) 체제를 엠디 체제로 통합하면서, 바다-육지-공중-우주를 연결하는 전지구적 미사일 방어망으로 확대했다. 이미 알래스카에 13기, 캘리포니아에 2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했다. 일본과는 이지스함, 스탠더드-3(SM-3) 미사일을 이용한 별도 방어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중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인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우주 공간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요격하는 우주방어(SBL) 체제 등도 개발하고 있다.
엠디 책임자인 헨리 오버링 미사일방어청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2001년 이후 모두 32차례의 요격실험을 해 24차례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전에 가까운 실험에선 실패를 거듭했다. 지난달 25일 요격실험에서는 발사된 표적 미사일이 요격에 필요한 고도까지 올라가지도 못하고 추락해 요격 미사일을 쏴보지도 못했다. 성공한 실험에서도 표적 미사일에 레이더 감지 교란장치를 장착하지 않아 실전 효용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요격 체제는 상대방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고성능 조기경보 레이더와 위성, 미사일 비행 경로를 추적하는 엑스밴드 레이더, 진짜 탄두와 교란체를 구분하는 우주적외선 위성, 두뇌 구실을 하는 전투지휘 통제통신본부 등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05년 자체 보고서를 통해 엠디 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엠디 개발에는 1983년 이후 1천억달러(약 93조원)가 들어갔다. 앞으로 6년 동안 500억달러 이상이 더 들어갈 예정이다. 이런 천문학적 비용과 국내외의 비판에도 아랑곳않고 부시 행정부가 엠디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창과 방패’를 겸비해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압도적 군사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이란 등 ‘악의 축’ 국가들의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만이 선제 핵공격 능력을 갖겠다는 세계 유일의 패권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공세적 행보를 보이는 러시아와 부상하는 중국이 견제 대상이다.
또 클린턴 행정부보다 부시 행정부가 엠디 체제 추진에 훨씬 큰 공을 들이는 데 대해선, 군산 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산업체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지닌 공화당 정부가 냉전 해체 이후 위기에 빠진 군산 복합체들에 이윤을 확실하게 보장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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