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텔 르완다> 주인공의 실제 인물인 폴 루세사바기나(오른쪽)
‘호텔 르완다’ 실제 인물 루세사바기나 반기문 총장에 편지
“자신을 대변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수백만명의 르완다 사람들을 위해 나는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영화 <호텔 르완다> 주인공의 실제 인물인 폴 루세사바기나(53·)는 유엔의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22일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올해 12월 마무리되는 르완다전범국제재판소(ICTR)의 임기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비비시> 방송이 보도했다. 이 국제재판소는 1997년 탄자니아 아루샤에 설치돼 94년 80여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르완다 대학살의 재판을 맡아왔다. 그는 이 편지에서 “아루샤 재판소가 철수하면, 현재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들이나, 아직 범인을 붙잡지 못해 재판을 시작하지도 못한 사건들이 모두 르완다 법정에서 다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르완다에서 법적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이 대학살과 관련됐을 수 있어 판결의 공정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학살 당시 후투족 정권을 몰아내고 지금까지 집권해온 르완다애국전선(RPF)이 저지른 범죄는, 공식적으로 기소하지 않은 채 조사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루세바기나는 아루샤 재판소의 임기 만료가 “르완다 통합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세바기나는 1994년 대학살 당시 르완다 키갈리 밀콜린스 호텔의 부지배인으로 근무하면서, 호텔로 도망쳐온 1200여명의 투치족 난민들을 학살로부터 보호했다. 10년 뒤 2004년에는 군부에 뇌물을 주면서까지 난민을 보호했던 그를 소재로 한 영화 <호텔 르완다>가 만들어져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이 영화에서는 미국 영화배우 돈 치들(사진 왼쪽)이 루세바기나의 역할을 맡았다. 그는 편지에서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다만 항상 인권을 보호해왔습니다”라고 적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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