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 등 현안 제쳐놓고 “친근함” 만남만
미국 북부 메인주 케네벙크포트, 대서양 풍광이 시원스레 바라다보이는 부시 대통령 일가의 해변 별장에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착하자 악수와 미소, 키스가 쏟아졌다.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와 어머니 바버라의 뺨에 입맞춤하면서 꽃다발을 건넸다. 부시 일가는 푸틴 대통령을 쾌속정에 태워 바닷가를 한 바퀴 돌았다.
만찬 메뉴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부부가 마련한 ‘바다가재’와 양념에 재운 황새치 요리. 푸틴 대통령과 부시 일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등 식탁에 앉은 이들은 두 나라의 대선 등에 대해 가족 같은 대화를 나눴다.
1~2일 미-러 정상회담은 파격의 연속이었다고 <에이피>(AP) 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냉전’ 이후 최악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미-러 관계의 현실을 잠시 감춰두고, 두 정상은 “매우 친근하게” 비공식 대화를 나눴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기자들에게 밝혔다. 두 대통령은 함께 낚시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주의, 미사일 방어체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 코소보 독립, 이란 핵 문제 해법…, 양국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이번 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되기는 힘들다고 두 나라 관리들도 인정한다. 대신 이들은 이 파격 회담이 양국 정상 간의 시각 차이를 좁히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피>는 두 정상이 얼마나 공손하게 (현안들에 대해) ‘동의하지 않기로 동의하는가’가 회담 성과를 평가할 기준이라고 보도했다.
1일 1700여명의 시위대가 이 바닷가 마을로 몰려와 반전·평화 시위를 벌이며, 부시 대통령 탄핵과 이라크전 종전을 요구했다. 일부는 러시아가 체첸 분리주의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을 비난했다. “제국주의는 그만, 부시는 이라크에서 나가라, 푸틴은 체첸에서 나가라”라는 푯말을 들고 시위에 참가한 러시아 이민자 빅토리아 포웁코는 <에이피>에 “부시와 푸틴 모두 고문과 전쟁범죄, 권력 남용을 저지른 범죄자”라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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