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을 국외도피하게 한 시민봉기 이후 신·구 의회 간 정통성 논란을 빚어온 키르기스 사태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쿠르만베크 바키예프(56) 대통령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급격한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
새 의회는 28일 바키예프 대통령 직무대행에 대해 54 대 0으로 지지표결한 데 이어, 옛 의회를 지지하던 바키예프 직무대행도 새 의회의 정통성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고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45명으로 구성된 옛 의회의 하원이 먼저 활동 정지를 선언하면서 상원에 대해 동참을 요구했고, 상원도 이에 화답해 29일 해산을 선포했다.
이로써 바키예프 대통령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한 임시정부의 정통성 문제는 해소되고 바키예프의 입지가 강화됐으나, 아카예프의 15년 장기정권 붕괴요인이 된 부정선거로 구성된 새 의회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새 의회는 전체 75석 가운데 69석을 친아카예프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편, 아카예프 대통령은 도피 5일 만인 29일 러시아의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모스크바가 아닌 러시아 안에 있다”고 밝힌 뒤 “나만이 유일한 정통성 있는 대통령이기에 지금 사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러시아의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신변 안전이 보장된다면 새 의회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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