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니주에서만 3달새 60명 납치…수도 카불 ‘위협’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향해 북상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인 23명이 카불에서 불과 170㎞ 떨어진 가주니주에서 대규모로 납치된 것은 과거 파키스탄 접경지대 일부에서만 세력을 유지했던 탈레반이 내륙으로 영향력을 확장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24일 분석했다. 파키스탄 국경과 멀리 떨어진 가즈니에서는 얼마전까지 납치가 드물었으나, 이번 한국인 납치를 포함해 지난 4월1일 이후 지금까지 무려 60명이 납치됐다. 아프간 비정부기구인 안전사무소(ANSO)의 닉 리 소장은 가즈니주는 “납치의 수도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독일인 2명이 납치된 와르다크주는 카불에서 70㎞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 두 지역의 납치사건은 탈레반이 이미 충분한 세력을 결집시켜 북부를 타격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에도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안보분석가인 조애너 네이턴은 “가즈니주는 카불로 향하는 관문이자 요충지”라며 “(한국인 피랍이 발생한) 도로를 장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단기간에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을 재장악할 것으로 보는 전망은 낮지만, 가즈니를 장악하면 남부로 통하는 주요 통로를 막아 아프간 정부를 고립시킬 수 있다.
2001년 미군 침공으로 정권을 빼앗긴 탈레반은 2년 전만 해도 파키스탄과 접경한 남동부 산악지대 일부에만 세력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남부 대부분을 장악한 채 나토군, 정부군과 치열한 공세를 벌이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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