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심성민(29)씨의 주검이 2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아버지 심진표(왼쪽 두번째)씨와 가족들이 관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정부 불신 커진 피랍 가족들 직접 나설까 고민…심성민씨 주검 도착
지난달 31일 살해된 심성민(29)씨의 주검이 2일 오후 4시45분께 에미레이트 항공(EK322)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항공편은 지난달 25일 살해된 배형규(42) 목사의 주검을 운구했던 항공편이어서 유가족과 피랍 가족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동생 심효민(25)씨와 샘물교회 관계자 등이 나와 심씨의 주검을 맞았다.
심씨의 주검은 검역 등의 인수 절차를 거쳐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이날 밤 안치됐다. 심씨의 빈소에는 장애인 제자들이 나와 울부짖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심씨는 지난해부터 장애인을 돌보는 ‘말아톤주간보호센터’ 교사로 일해 왔다. 중증장애인이어서 말을 못하는 이창경(17)군은 교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심씨 영장에 흰 국화꽃을 놓은 뒤 흐느꼈다.
아프간 인질 사태가 15일을 넘기면서 피랍자 가족들의 고민도 더 깊어가고 있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발만 구를 수도 없고, 이리저리 뛰어봐야 딱히 해답을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루 전날 인질 추가 살해, 군사작전 개시 등 인질들의 목숨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소식이 잇따라, 심장이 타들어가는 밤을 지냈던 피랍자 가족들은 이날은 평정심을 되찾으면서 몸을 추스르는 분위기다.
가족들은 “차라리 미국과 아프간을 직접 찾아가 인질 석방을 호소하는 게 낫지 않으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가족모임의 한 관계자는 “아프간에 5명, 미국에 3명 정도 조를 짜 가려고 하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어짜피 이처럼 묶여 있느니 가족들 스스로 움직여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를 믿고 기다렸지만 뚜렷한 협상 카드도 없고 희생자가 늘어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가족모임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오후 4시께 김호영 외교통상부 차관이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을 방문해 협상 경과 등을 설명하고 20~30분 머물다 떠났다. 가족모임의 차성민 대표는 김 차관이 “치안문제 때문에 아프간 방문은 어렵다. 앞으로도 정부를 믿고 따라 달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가족모임 사무실에는 이날 아싯다 페레라 주한 스리랑카 대사가 찾아와 “스리랑카도 납치를 많이 당해 왔다. 가족들의 고통을 공감한다”며 21명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3일에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주한 대사들도 가족모임 사무실을 위로차 방문할 예정이다. 성남/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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