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철수시켜 아프간·파키스탄 투입”
파키스탄 “무책임한 발언” 비판
파키스탄 “무책임한 발언” 비판
“이라크의 미군을 철수시켜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하겠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1일 워싱턴의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한 연설에서 “파키스탄의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공격해 소탕하겠다”고 자신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필요한 경우 파키스탄 정부의 허가 없이도 작전을 감행하겠다”는 무리한 정책에 대해 “미국인을 3천명이나 살해한 테러리스트들이 그곳 산악지대에 숨어 있으며, 언제라도 다시 공격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근거’를 댔다. 그는 “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파키스탄 정부가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을 내쫓지 않으면 수억달러의 지원이 끊길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파키스탄 정부는 국내 테러리스트 진압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아프간의 이슬람주의 세력에 대한 이런 강경 대응 방침은, 오바마 의원이 그동안 일관되게 이라크전을 반대하며 반전주의자의 이미지를 강하게 구축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미국 언론들은 당내 경선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지난주 그의 외교정책이 “무책임한데다 너무 순진하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격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풀이한다. <비비시> 방송도 그의 언급이 명백히 유권자들을 의식한 ‘국내용’이라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부 당국자들은 즉각 오바마 의원의 발언을 비난했다. 타리크 아짐 정보부 장관은 오바마의 언급이 “얄팍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는 실제 현실이나 파키스탄 정부의 노력 따위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외무부의 타스님 아슬람 대변인은 “군사 작전에 대한 언급은 진지한 문제”라며, “정치인들은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주요 활동 지역으로 꼽히는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의 오와이스 아메드 가니 주지사는 2일 “오바마의 발언이 파키스탄 국민들을 자극했다”며 “국민들이 이에 반발하게 되면 테러리스트 소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무샤라프 정부는 ‘자체 해결’을 주장하며 미군의 자국 진입을 반대해 왔으며, 부시 행정부는 이를 고려해 미군 투입을 주저해 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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