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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베 참패와 고이즈미의 ‘그늘’

등록 2007-08-05 20:53수정 2007-08-05 20:56

도쿄/김도형 특파원
도쿄/김도형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나와 오자와(민주당 대표) 가운데 누가 총리에 어울리나? 국민들에게 묻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역사적 참패를 당한 7·29 참의원 선거 과정에서 이런 단언만 되풀이하지 않았어도 총리직 고수에 변명의 여지가 조금은 있었을 것이다.

그는 본디 정권의 중간평가인 참의원 선거를 굳이 정권선택 선거로 자리매김했다. 승리할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민당이 역사상 두번째로 적은 의석이라는 참패(선거를 치른 64석 가운데 37석 획득)를 당하고서도 “기본 노선은 인정받았다”며 총리직 유지를 선언했다.

그의 버티기 논리가 얼마나 일본 민심과 동떨어지는지는 〈아사히신문〉이 선거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베 총리의 이런 주장에 “납득한다”는 응답은 26%인 데 비해 “납득하지 못한다”가 62%였다.

아베 총리가 말하는 기본노선이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재임 5년과 자신의 재임 1년 등 6년간 지속해온 구조개혁 정책, 경제성장 우선정책, 공공사업과 보조금을 축소하는 작은 정부 정책 등으로 요약된다. 아베 총리는 선거과정에서 그 동안의 개혁성과를 호소했으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성장을 내건 아베 총리의 노선이 분배를 내세운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에 37 대 60(양당이 각각 얻은 의석)으로 대패한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각종 규제완화와 기업감세 정책이 실시된 결과, 2002년 이후 전후 최장기 경기확대 국면의 토대가 마련되고 실업률도 9년만에 3%대로 떨어졌다. 고이즈미 개혁의 ‘밝은 면’이 화려하게 꽃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득격차, 지역격차 등 고이즈미 개혁의 ‘그림자’에 대해 아베 총리의 관심과 애정이 상당히 부족했던 게 패인 가운데 하나라고 마스조에 요이치 자민당 참의원 정책심의회장은 지적했다.

격차 문제는 표면적으론 이번 선거에서 연금과 ‘정치와 돈’ 문제에 가려져 큰 쟁점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금 문제가 일본 국민의 폭발적 관심을 부른 데는 유권자 자신이 격차사회의 아래 부분에 있다고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민당이 6승23패의 극히 저조한 성적을 거둔 1인구(한명을 뽑는 선거구)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개혁의 그늘이 짙은 농촌과 지방이다. 과거 대규모 공공사업과 각종 정부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자민당이 표밭을 일구었던 지역과 농촌에선 고이즈미 개혁 이후 이런 선심정책이 크게 줄어들자 박탈감과 불만이 커진 것이다.


‘선거의 달인’인 오자와 대표는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호별소득보상제도’ △5조8천억엔을 들여 중학교 졸업 때까지 아이들 1인당 월 2만6천엔을 지급하는 ‘어린이수당’ 등 분배정책을 들고나와 소외된 지역 공략에 보기 좋게 성공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오자와 대표의 농촌 중시 선거전술을 ‘마오쩌둥 전술’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2년 전 중의원 선거에서 ‘개혁이나 후퇴냐’라는 고이즈미 진영의 미디어선거 전략에 그대로 놀아났던 텔레비전 방송이 이번에는 상당히 반성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아베 총리에게는 아픈 대목이었다. 이른바 ‘고이즈미 극장’의 역풍이 상당히 강하게 분 것이다.

각 방송사 아침정보 프로그램은 이번 선거의 최대쟁점으로 떠오른 연금 문제에 대해 메인뉴스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심층보도해 자민당에 상당한 타격을 가했다. 일부 방송사는 2년 전 보도태도의 반성에서 선거 1개월 전에 선거반까지 만들어 5회 연속 쟁점을 발굴·보도하기도 했다. 선거 막판 아베 총리가 반전을 꾀하기 위해 방송에 자진해 출연하기도 했으나 사회자의 호통과 면박에 오히려 역효과를 얻었다.

패인 분석을 떠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일본 국민들의 민의를 한마디로 ‘아베 총리 개인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규정한 가사노 아쓰시 게이오대 교수의 3일치 〈마이니치신문〉 기고문은 명쾌하게 핵심을 찌른다. “정치수법, 위기 발생시 초기대응 등 정책 이전에 정치가로서의 자질을 심판한 것이라고 해도 좋다.” 정치가의 최대 덕목인 적시의 진퇴표명과 위기관리에 둔감하고 서툰 아베 총리에게 뼈아픈 지적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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