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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요한 바오로 2세는 누구? 교회잘못 세상에 ‘고해성사’

등록 2005-04-01 18:22

3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병세가 갑자기 나빠져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병세를 걱정하는 가톨릭 신자들이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앞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
3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병세가 갑자기 나빠져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병세를 걱정하는 가톨릭 신자들이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앞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


유대인 학살 방관 참회

위중한 상태를 맞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20년 폴란드 남부 바도비체에서 태어났다. 대부분의 교황들처럼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도시들에서 성장한 것이 아니라 나치즘과 공산주의, 그리고 유대인 학살까지 20세기 유럽의 모든 갈등과 투쟁, 그리고 고통이 있었던 폴란드에서 태어나 자란 것이다. 그가 교황으로서 결코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는 교회 전체의 참회를 선언하는 결단을 내렸던 데는 이런 성장 배경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로마 교황청이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한 데 이어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방관한 잘못을 시인한 것은 교황의 유대인 죽마고우인 예지 클루게르(유레크)의 우정이 큰 몫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도비체에서 함께 그와 인디언 놀이와 숙제를 하며 자란 당시 롤레크(바오로 2세)는 가톨릭계 아이들이 유대계 아이들과 축구 시합 중 달아오르면 “유대인의 머리통을 깨버려”라고 고함을 질러 분위기가 살벌해질 때마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곤 했다고 한다.

바오로 2세는 대학생이 된 뒤 클루게르와 그의 아버지가 러시아의 노동수용소로 끌려가면서 그와 헤어졌는데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클루게르는 수십년이 지나 교황청에 진출한 바오로 2세를 찾아 이탈리아로 이민했고, 바오로 2세는 그를 이스라엘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교황청의 비밀특사로 임명해 이스라엘과 교황청의 역사적인 화해를 이끌어 내게 했다. 나치의 폭정과 2차대전의 와중에서 아마추어 연극인, 채석장 노동자로 청년기를 보낸 그는 “신학교에 안 갔으면 사랑에 빠졌을 것”이라고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다.

또 그는 33년 전 카롤 보이틸라라는 이름으로 공산 치하의 조국 폴란드 크라쿠프 대주교로 있을 때 성도덕 전문 연구기구를 설립해 오르가슴의 생리현상과 인간의 성행위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바오로 2세는 58살로 교황이 되기 전까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시인이고 철학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 요한 바오로 2세 일대기

병세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져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세기 국제사회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인물 중 한사람. 1920년 5월18일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50㎞ 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바도비체에서 예비역 육군장교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 출신의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태어났다.

교황의 본명은 카롤 요제프 보이틸라. `롤렉'이라는 애칭으로 불린 그는 크라코프 신학교 시절을 거쳐 26세때인 46년 사제서품을 받았고 폴란드 크라코프 대교구장으로 있던 78년 10월16일 58세의 나이로 제264대 교황에 선출됐다.

그는 로마 가톨릭 역사상 456년만에 선출된 비이탈리아인인데다 최초의 슬라브인 교황이어서 일찍이 가톨릭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즉위 27주년째를 맞는 교황은 역대 교황의 평균 재위기간인 7.3년의 4배에 가까운 금세기 최장수 교황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2천년 로마 가톨릭교회 역사상 성베드로, 피오 6세에 이어 3번째 최장기 재위 교황으로 기록돼 있다.

◇ 시련의 교황 = `신의 운동선수(God's Athlete)'라는 별명까지 가질 정도로 건강했던 그는 교황 재임 3년만인 지난 1981년 5월13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터키 극우파 회교도 메메트 알리 아그자의 흉탄에 맞아 쓰러지며 첫 시련을 겪는다.

총격후 6시간의 대수술을 받은 뒤 4일만에 의식을 회복한 교황은 "내게 총을 쏜형제를 위해 기도하자. 나는 이미 진정으로 그를 용서했다"고 말해 전세계를 감동케 했다. 당시 교황은 성모 마리아가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고 믿고 세계평화에 헌신하기로 다짐했다고 전해진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교황은 96년부터 파킨슨씨 병으로 왼손을 떨며 왼쪽 얼굴근육이 경직되는 증상 외에도 만성적인 무릎 관절염를 앓으며 급격히 허약해지기 시작, 주위의 도움없이 걸을 수도 없게 됐다. 또 오른쪽 어깨뼈와 대퇴골이 골절된 적 있으며 결장, 담석제거수술, 악성결장종양, 맹장염 수술과 수차례의 독감 입원 치료를 받는 등 고령과 함께 찾아온 건강악화는 줄곧 `신의 메신저'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었다.

◇ 행동하는 교황 =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전의 교황들이 교권수호에 전념한 것과는 달리 끊임없이 세계를 누비며 `행동하는 교황'으로 꼽혀왔다. 착좌 이후 지금까지 100여차례 해외 사목방문에 나서 전세계 130여개국을 방문, 400여만명의 신도를 모아 미사를 집전했다. 해외순방 거리만 200만㎞에 달한다.

교황은 조국 폴란드에서 공산치하를 체험한 탓에 공산주의에 완강한 반대입장을견지하면서 79년 잇따라 조국 폴란드를 방문, 바웬사 등 당시 자유노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동구권 해체에 기여했다. 또한 89년 당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던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접견, 냉전종식에 힘을 실어주는 등 20세기 후반 이념붕괴의 격동 속에서 정치적 좌표를 설정해주기도 했다. 한국에는 84년과 89년 두차례 방문했고 84년 방한때는 순교성인 103위의 시성식을 가진 바 있다.

특히 신앙의 차이를 뛰어넘어 `생명의 가치'와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9억 가톨릭신자는 물론 전세계인의 정신적 지주로 존경을 받아왔다. 그는 유엔인구개발회의의 낙태 허용안 채택을 끝까지 저지할 정도로 신념이 뚜렷하면서도 관용과 타협의 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 인류의 정신적 지주 = 교황은 다른 종교에도 `진리의 씨앗'이 있음을 선언해 종교간 갈등을 줄이는 데 힘쓰면서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는 등 보수적 로마 가톨릭교의 개혁에도 앞장섰다.

특히 초교파적 세계교회주의를 확산시키는데에도 열성적이어서 그는 로마시내의한 유대교회당에서 기도한, 그리고 세계 모든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을 주재한 첫 로마교황으로 역대 어느 교황보다 유대교와의 관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교황은 400년 전 가톨릭이 개신교를 탄압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단교상태에 있던 북유럽 루터교 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기도 했으며 해방신학의 발상지인 중남미도 방문했다.

지난 97년엔 미국의 반대를 뿌리치고 쿠바를 방문, 가톨릭과 쿠바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도 했으며 루마니아, 러시아 등 동유럽도 자주 방문, 그리스정교회를비롯한 동방교회들과 일치를 꾀하고 있다. 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교회의 비난이 잘못됐음을 인정했으며 "진화론은 논리적으로 옳은 것"이라면서 과학과 신앙의 화해를 촉구하기도 했다. 나치치하 때 유대인들의 학살에 가톨릭이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살을 방임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타임지는 "2천년 교황청 역사 중 그만큼 강력한 목소리를 낸 교황은 없었으며도덕가치가 실추된 요즘 세태에서 선한 인생의 비전을 제시하고 전세계가 이를 따르도록 했다"고 교황의 업적을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후임 비이탈리아인 나올까

아프리카권 후보 등 거론
바티칸선 “이탈리아인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병세가 1일 급격히 악화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다음 교황이 누가 될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교황청은 사망일로부터 15~20일 사이에 교황청 내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 비밀회의(콩클라베)를 열어 비밀 무기명 투표로 새 교황을 뽑는다. 추기경들이 회의를 위해 성당에 들어가면 문을 봉하고, 추기경들이 새 교황을 뽑으면 흰 연기를 피워 이 사실을 밖으로 알리게 된다.

이 비밀회의에는 80살 이하 추기경 117명이 참석한다. 교회법상 세례를 받은 남성 신자라면 누구나 교황으로 선출될 수 있지만 비밀회의에 참석하는 추기경 중 한 명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 전례를 보면 지역별로 추기경들이 대표자를 선출한 뒤 이들 중에서 2~3명을 다시 솎아내는 작업을 계속해 3분의 2 이상 표를 얻을 때까지 투표가 계속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위 기간 추기경단은 국제화하고 분권화했기 때문에 새 교황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교황청 주변에는 이탈리아 출신이 교황 자리를 승계하길 바라는 정서가 강하게 배어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1978년 외국인으로서는 455년 만에 처음으로 교황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출신 유력 후보로는 밀라노의 디오니지 테타만치(70), 베네치아의 안젤로 스콜라(63), 제노바의 타르치시오 베르토네(70) 추기경과 교황청 내 2인자인 안젤로 소다노(77) 바티칸 궁무장관, 조반니 바티스타 레(71) 교황청 추기경위원장 등이 꼽힌다.

교황 선출시 고려될 또다른 주요 요인은 나이다. 추기경들이 교회가 따라야 할 정책에 합의한다면 젊은 교황이 선출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과도 조처로 나이 든 인물이 뽑힐 것으로 예상된다. 소장파 중 가장 주목받는 후보 중 한 명은 오스트리아 빈의 크리스토프 쇤보른(60) 대주교다.

추기경단이 비이탈리아 출신을 교황으로 뽑기로 결정한다면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아프리카에서는 나이지리아의 프랜시스 아린제(72) 추기경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고, 콜롬비아의 다리오 카스트리욘 오요스(75) 대주교,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68) 대주교 등도 물망에 오른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 교황의 장례식 절차

교황이 숨지게 되면 교황청 궁무처장은 즉시 교황 전례원장과 교황 궁무처의 고위 성직자들 앞에서 교황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고, 공식 사망 증명서를 작성하는 의식을 진행한다. 교황의 원래 세례명을 세차례 부르며 죽은 교황의 머리를 작은 은망치로 가볍게 두드리며 죽음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후 궁무처장은 교황 관저 전체를 봉인하고, 로마 교구의 총대리 추기경에게 교황의 사망 소식을 공지토록 한다. 추기경단의 수석 추기경은 교황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는 즉시, 전세계 모든 추기경에게 교황의 부음을 알리고 추기경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이후 두 종류의 추기경회의가 소집된다. 매일 열리는 전체회의는 교황선거권을 가진 모든 추기경들이 참석해 교황의 장례절차와 선거에 대한 중요 결정을 내리는 회의이고, 개별회의는 궁무처장과 3명의 보좌추기경으로 구성돼 통상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교황의 장례식과 안장은 사망 후 4~6일 사이에 이루어진다. 전세계 국가원수와 종교지도자 등이 참석하는 장엄한 교황 장례미사는 역시 교황의 공위기간 교황청 업무를 관장하는 궁무처장이 집전한다.

지금까지 장례식은 모두 로마에서 치러졌고, 지난 세기 교황들은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두개골이 안치된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에 안치돼 왔다. 그러나 첫 비이탈리안인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는 고향인 폴란드에 안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엔 운구 등의 시간 때문에 장례식 예고일자와 베드로 성당에서 관을 공개하는 일자가 줄어들 수도 있다. 교황이 안장되는 관은 세 겹으로 돼 있다. 맨 안쪽은 삼나무이고, 두번째인 납관에는 교황의 이름과 재위기간이 새겨지며, 바깥쪽은 느릅나무로 돼 있다.

장례가 끝난 뒤에는 ‘노벰디알레스’로 알려진 9일간의 추도기간 동안 죽은 교황을 칭송하는 미사가 계속된다. 추도기간이 끝난 뒤에도 교황 선출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고 사후 15~20일에 콩클라베(교황 선출 추기경회의)가 소집될 때까지 추모미사는 계속된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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