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펙 증산결의에도 고공행진
미 재고량 감소 등 수요 불안
미 재고량 감소 등 수요 불안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가가 되는 두바이유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값도 서울 일부지역에서 리터당 1700원을 넘어섰다.
한국석유공사는 11일 국제시장에서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72.21달러로 지난해 8월8일에 기록했던 직전 최고치 배럴당 72.16달러를 돌파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기구(OPEC) 총회는 11월부터 하루 50만배럴 증산하기로 결정했는데도,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상승의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세계 최대 수요처인 미국의 석유 재고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미국의 휘발유 재고량이 2억배럴 미만이면 불안하다 보는데 지금 3주 이상 1억9천만배럴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동절기 수요에 대한 불안감이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나 최근 미국 에너지부 보고서는 모두 올 겨울 난방용 수요를 지난해보다 크게 올려 잡았다. 구 팀장은 “중동이나 나이지리아 정정불안 등 공급 쪽에서는 특별한 애로 요인이 없는데도 이런 수요 쪽 불안 요인 때문에 현재 원유값이 애초 전문기관들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04년 이후 원유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데는 중국과 오펙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중동지역의 빠른 경제성장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 추이도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넷째주 리터당 1557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판매가격이 지난주 1535원으로 약간 떨어졌지만, 원유값 상승의 영향을 받아 다시 들썩이고 있다. 특히 서울 여의도·강남 등 땅값이 비싼 곳에 있는 일부 주유소들은 리터당 1700원선을 웃도는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이는 국내 휘발유 가격 결정에 참조가 되는 싱가포르시장에서 주요 석유제품가격이 최근 2주 연속 상승한 탓이다.
정부는 국제유가의 상승에도 국내 석유제품의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으므로 당분간 유가 모니터링 이외에는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 임종룡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국제 전문기관들은 일반적으로 더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상승은 미국 석유 재고 감소, 허리케인 우려 등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과 중동의 ‘쌍끌이’ 수요가 원유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이므로, 고유가는 장기화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세계경제나 국내 업체들도 고유가에 ‘적응’되어 이전 오일쇼크와 같은 타격은 없겠지만, 석유화학업계 등 소재산업과 에너지 비용부담이 큰 제조업에서는 원료값 상승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영희 김진철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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