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한국의 적절한 ‘독도 전략’

등록 2005-04-04 17:49수정 2005-04-04 17:49

한국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에서 새 ‘대일 독트린’을 발표한 다음날인 18일 일본 외무성 관계자와 연결한 전화기에선 흥분한 목소리가 쉴새없이 들려왔다. 기자가 맞받았다면 설전으로 갔을 것이다. 그 얼마 뒤 한 외무성 담당 일본 기자로부터도 상당히 불만섞인 얘기를 들었다. 한국 국민과 정부의 분노는 이미 초강경 어조로 일본에 전달됐기에 그들의 말에 한동안 귀를 빌려줬다. 평소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사람들이 정책이나 기사로 표출할 수 없었던 나름의 울분을 털어놓는 드문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독도(일본 이름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것은 일본 정부의 기본 견해다, 식민지배 사죄·배상 문제는 한-일 협정으로 끝난 일이다, 일개 시마네현의 조례 제정이 한국 정부의 대응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도발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의 지방자치는 한국과 달라 중앙정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 등등. 불만의 주된 표적은 한국 정부와 언론이었다.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 왜 태도를 돌변해 ‘일본 때리기’의 선두에 섰느냐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는 형식논리의 냄새가 풀풀 난다. 형식논리 동원에 ‘도통한’ 세력이 일본 우익이다. 평화헌법 개정, 야스쿠니 참배, 국가주의 교육 등에도 같은 논리를 들이댄다. 정상적인 나라가 군대를 갖기 위해 헌법을 바꾸는 것이나, 애국심을 기르는 교육을 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식이다. 한국 쪽이 이런 움직임의 수면 아래에 있는 우익의 도발과 우경화 몰이를 질타하는 반면, 일본은 형식논리로 비껴가려 하기 때문에 양쪽의 대화는 늘 겉돌아 왔다. 그나마 이런 논리의 허구를 깨면서 우경화 저지에 애쓰고 있는 게 일본의 평화·양심세력이다.

형식논리의 벽이 가장 두터운 문제가 독도 영유권 등 영토 분쟁이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적혀 있는 상황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말했다고 분개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대다수 일본인들에 이해되기는 어렵다. 한국에선 독도가 일제 침략과정에서 강탈당했으므로 영토와 역사의 문제가 동일시될 수 있지만, 일본에선 그 간극이 메워지지 않는다. 과거사 망언과 달리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상의 주장에 대해 일본에서 공개적 비판이 나오지 않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성을 유린한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보편적 인식의 문제인 과거 역사에 비해 영토문제는 본질적으로 민족주의·국가주의를 탈색시키기 어려운 측면을 갖고 있다. 따라서 독도 수호의 단호한 의지를 다지는 것은 좋지만 ‘올인’을 하면, 민족주의의 과도한 분출이라는 역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선 영토 의식이 투철한데 일본은 왜 그렇지 못하느냐고 일본 우익이 목소리를 높이게 되고, 중간지대에 있는 일본의 평화·양심세력이 설 땅이 줄어든다. 독도 사진을 담은 후쇼사 공민 교과서의 검정결과가 발표되면 독도 문제가 또다시 부각되겠지만, ‘독도에서 역사로 무게중심 이동’은 보편적 인식에 바탕한 한-일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내 안의 민족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park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속보]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서명…“자동차·반도체도 검토” 1.

[속보]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서명…“자동차·반도체도 검토”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2.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금’ 쓸어 담은 한국, 11개로 대회 이틀 만에 목표 조기 달성 3.

‘금’ 쓸어 담은 한국, 11개로 대회 이틀 만에 목표 조기 달성

트럼프 “팔레스타인 주민, 가자지구로 돌아올 수 없어” 4.

트럼프 “팔레스타인 주민, 가자지구로 돌아올 수 없어”

종족·광물 얽힌 30년 분쟁의 늪…‘3차 콩고전쟁’ 위기 치닫나 5.

종족·광물 얽힌 30년 분쟁의 늪…‘3차 콩고전쟁’ 위기 치닫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