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살상 미 경호업체 블랙워터 이라크 법정에 설까?

총기를 난사해 이라크 민간인 20여명을 살상한 미국의 대표적인 경호업체인 블랙워터USA를 이라크 법정에 세울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인다.

그간 이라크에서 영업중인 미국, 영국 등 외국의 경호업체가 물리력을 필요이상을 사용, 인명피해가 있었다는 비난이 높았지만 아직 이라크 내에서 사법처리 된 적은 없다.

이라크 영토에서 벌어진 미국인의 범죄에 대해 한국의 주둔군지위협정(SOFA)같이 명확히 규정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범죄가 이라크 주둔 미군이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이라크에서 영업중인 민간인이 저지른 것이어서 이들의 사법처리를 놓고 법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다만 이라크전 이후 2004년 6월 이라크 정부가 수립되기 전 미군 주도의 임시행정처(CPA)의 훈령 17조엔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민간기업에 이라크 사법기관의 처벌을 받지 않을 면책권이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당시엔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뒤 이라크 정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던 탓에 지금까지 이 훈령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사건이 주둔군도 아니면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주권이 있는 남의 나라에서 군사력을 행사하는 서방의 경호업체에 대한 이라크인의 불만에 불씨를 당겼다는 점에서 이라크 정부가 국민감정을 우려,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미국 정부와 거리를 두며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이라크 정부의 최근 움직임과 이 사건이 맞물리면서 양국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공산도 크다.

이라크 정부는 이번 사건을 본보기로 삼아 통제불능의 수백 곳에 달하는 민간 경호업체의 `기강'을 잡을 태세다.

이라크 의회 안보ㆍ국방위원회 하산 알-루바이에 의원은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고 민간업체에 대한 면책권을 박탈할 것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내무부 압둘 카림 칼리프 대변인은 17일 블랙워터USA의 사업면허 취소와 추방을 발표하면서 사법처리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라크 정부는 18일에도 국내외 경호업체가 이라크의 법을 따르는 지 일제점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라크의 대법원격인 최고사법위원회의 압둘 사타르 가푸르 바이라크다르 대법관도 이날 "블랙워터USA는 이라크 법에 따라야 하고 이들은 이라크 영토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라크 사법부는 이를 재판할 책임이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좀 더 사건을 조사해보자"라는 입장이며 블랙워터USA는 한술 더 떠 "자위적 대응사격이었고 사망자는 민간인이 아닌 무장 대원"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있어 과잉 대응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이 문제의 사건을 목격한 사람에 따라 당시 상황을 다르게 증언하고 있어 사건의 실체와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훈상 특파원 [e-mail] (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