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 본국소환 ‘항의’ 뜻
국익 고려 파국까진 안갈 듯
국익 고려 파국까진 안갈 듯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튀르크 통치 시기에 발생한 아르메니아인 집단살해를 ‘대량 학살’로 인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지난 10일 통과시킨 데 대한 터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터키 정부는 나비 센소이 주미 대사를 1주일~10일 일정으로 일시 소환했다. 센소이 대사는 본국의 소환 명령에 대해 “중요한 일이 발생할 때 (본국과 상의를 위해) 하는 정상적인 업무”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결의안 통과에 대한 항의 표시인 것만은 분명하다. 〈로이터〉 통신은 12일 메틴 아탁 해군참모총장이 결의안 통과에 대한 보복으로 워싱턴 방문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 안에선 좀더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레젭 타입 에르도간 총리의 한 보좌관은 “이라크로 가는 물류 지원 수송로를 단절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현재 이라크로 가는 미 군수물자의 70%가 터키 남부 공군기지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터키 정부의 반발이 양국 관계의 파국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터키 정부의 행보는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만큼은 막아보자는 시도라는 것이다. 또 터키로선 미국이 주요 무역 상대국이며, 군사 장비의 상당 부분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관계 단절로 잃을 게 더 많은 편이다. 미국도 “터키의 주미 대사가 곧바로 복귀해, 미국과 터키의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일을 계속하기 바란다”며 유화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르메니아를 옹호하는 쪽은 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5~17년 오스만튀르크가 당시 기독교 계열의 아르메니아인 150만여명을 조직적으로 학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터키 쪽은 오스만튀르크가 와해되던 권력 공백의 혼란기에 종족 간 갈등으로 희생됐을 뿐이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무슬림도 숨졌다고 반박해왔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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