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협상 실패…현 정부 임기내 해결 힘들 듯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 19일(현지시각)부터 열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이 주요 쟁점에서 양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23일 끝났다. 6차 협상은 내년 1월에 열려, 현 정부 임기 내 협상 타결이 불투명해졌다.
김한수 우리 쪽 수석대표는 이날 협상이 끝난 뒤 기자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은 공산품의 품목별 관세 양허(철폐) 등에서 본격적으로 주고받기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자동차 기술표준, 공산품 개방, 원산지 기준 등 세가지 분야가 앞으로 전체 협상이 타결될지 오래 갈지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쪽은 자동차 기술표준에서, 판매업체별로 국내 판매량 6500대까지 한국의 기술표준 적용을 면제해주고 6500대가 넘을 경우 적용을 2년 유예하겠다는 안을 냈으나 ‘전면적인 유럽 기술표준 적용’을 내세우는 유럽연합 쪽 주장을 꺾지 못했다.
또 유럽연합 쪽은 자동차·철강 등 일부 공산품의 관세 철폐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우리 쪽 요구에 대해 ‘지나치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김 대표는 “유럽연합 쪽에서 품목별로 개선된 양허안을 보내오고 우리 쪽이 낸 양허안에 대한 수정의견을 내면 구체적인인 품목별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유럽연합에서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원산지 협상에서는, 자동차·기계·철강·비철금속·화학·의류 등 핵심 품목별로 절충점을 찾아나가기로 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농산품의 경우 유럽연합 쪽은 쌀·고추·마늘와 같은 우리 쪽 민감품목에 대해 개방 제외, 또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나 관세할당제(TRQ)와 같은 예외적 취급을 인정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최대 관심품목인 돼지고기·포도주 등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수준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밖에 개성공단과 관련해 유럽연합은 자신들의 외교 당국이 정치적 결정만 내리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은 어렵지 않다고 답변했다.
6차 협상은 유럽연합 쪽의 사정으로 12월을 건너 뛰어 내년 1월21일부터 1주일간 서울에서 열기로 양쪽이 합의했다.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못한 채 6차 협상이 1월에 열리게 돼, 현 정부 임기(2월24일) 안에 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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