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국제 입양아’ 끊이지 않는 ‘슬픔’

등록 2007-12-17 21:25수정 2007-12-18 09:52

기르다 맘 안차면 ‘귀국’ 비행기 태워 몰래 고아원 반송도
‘무국적’ 떠돌기 일쑤…부적응 딱지 고통…정체성혼란 ‘비극’

파양·살해 등 최근 외국 가정에 입양됐던 어린이들의 비극이 잇따르면서 국제 입양아들의 현주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부모들이 입양을 취소하거나 양육을 중단하면, 이들은 ‘국제 미아’로 떠돌기 일쑤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1991년 9살짜리 루마니아 소녀를 입양했던 캐나다 의사 부부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존 오스틴 부부는 루마니아로부터 알렉산드라를 입양해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다섯달 동안 길렀다. 이들 사이에는 아들 넷이 있었으나 딸을 얻고 싶어 입양을 했다. 그러나 알렉산드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 어린 루마니아 아이를 찾아 나섰다. 이들 부부는 ‘새 아이’를 입양한 지 이틀 만에 알렉산드라를 루마니아행 비행기에 태웠다. 루마니아의 정부나 입양기관 등에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라는 입양 절차가 모두 끝난 터여서 루마니아 국적이 없었다. 캐나다로 되돌아갈 방법도 없었다. 공항에 도착하던 날부터 그는 무국적 상태가 됐다. 교육·의료 등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그는 생활고로 자신의 양육을 포기했던 친어머니 품으로 돌아갔다. 알렉산드라는 22살이 되던 해 오스틴 부부와 캐나다 정부, 항공사 등을 상대로 7백만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는 “누구도 어린이에게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며 “나는 어린이 시절과 정체성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2005년엔 아일랜드의 한 부부가 인도네시아에서 입양한 어린이를 인도네시아 고아원으로 돌려보내 문제가 됐다. 자카르타에 살던 조 도즈 부부는 생후 두달밖에 되지 않은 트리스탄을 입양해 3년 동안 키웠다. 그러나 “가정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세살배기를 고아원에 ‘반환’했다. 인도네시아 국적을 잃은 트리스탄은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 취급을 받았고, 이 사건은 외교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런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전문가들은 입양아를 보내는 나라와 받는 나라의 정부와 입양기관들이 좀더 신중하게 입양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입양 가정 또한 부모의 권리만큼이나 부모의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최근에는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갓난아기들이 백인 가정에 입양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다른 인종이나 문화권 사이의 입양에서는 특히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겪을 문화적 충격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