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침공 배경 의심 받은 프로젝트
카스피해의 엄청난 천연가스를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 항구까지 끌어가는 대규모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가 재추진될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사회로부터 미국의 아프간 침공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의심받아 온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미르 무하마드 사디크 광업장관은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자원 관련 장관들과 회담한 뒤 “아프간은 오랫동안 연기돼 온 수십억달러의 가스관 공사를 보호할 능력이 있다”며 가스관 건설 계획이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아마누라 자둔 파키스탄 석유장관도 “투르크메니스탄에 천연가스 수요량 예측을 전달했고 한달 안에 이에 대한 답신을 받을 것”이라며 인도가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이 사업을 통해 수송되는 천연가스의 주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자원보고로 각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카스피해 지역에서 파키스탄 항구까지 1680㎞의 가스관을 깔아 천연가스를 세계 시장에 수출한다는 계획으로, 1990년대에 미국의 대형 에너지회사인 유노칼이 오랫동안 추진했던 사업이다. 가스관의 출발점이 될 투르크메니스탄 다우레타바드 돈메즈 가스전의 매장량은 2조8300억㎥로 추정된다. 공사비는 35억달러 가량이다.
유노칼은 당시 아프간의 탈레반 정부와 오랫동안 협상을 벌였으나, 탈레반 정부와 미국의 관계가 틀어지고 2001년 말 미군이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 정부를 축출하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유노칼은 이달 초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인 셰브론텍사코에 합병됐다.
미국은 오랫동안 난관에 빠졌던 이 가스관 공사를 추진하기 위해 아프간을 침공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아프간 전후 정치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잘마이 칼릴자드 전 미국 아프간 특사(현재 이라크 대사)는 1990년대 중반 유노칼의 컨설턴트로 이 가스관 사업을 추진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90년대에 유노칼과 관련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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