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식량 프로그램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취해진 이라크 경제제재를 깨지 않고 96년부터 유엔 감독 아래 이라크 원유판매대금 600억달러를 이용해 이라크에 식량·의약품 등의 물품을 조달토록 한 프로그램이다.
2003년 종료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초 이라크의 한 신문이 이라크 석유의 불법적 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긴 유엔 관리들과 정치인 및 회사 등 270여 관련자들의 명단을 폭로하면서 스캔들로 번졌다.
미 상원 조사위원회의 잠정조사 결과 유엔 제재를 어기고 불법 판매된 석유 136억달러와 뇌물 등으로 제공된 44억달러 등 모두 173억달러가 남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폴 볼커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끄는 유엔의 3인 조사위가 올 중반까지 최종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으로 활동 중이며, 미 상원과 이라크 과도정부도 조사 중이다.
이번에 박동선씨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미 법무부도 수사팀을 꾸려 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중동과 러시아, 미국 등 수십개국의 관련 회사와 정치인 등이 조사를 받았고, 유엔 관리 중에는 이 프로그램의 총책임자였던 베논 세반(아르메니아계 키프로스인)을 비롯해 프로그램 관련자들이 집중조사를 받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아들인 코조 아난도 스위스 기업으로부터 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정식 기소된 사람은 지난 1월 후세인 정권의 불법적인 대리인이었음을 인정한 이라크계 미국인 사미르 빈센트(64)가 유일하다.
이 스캔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이라크의 장래 문제에 대한 미국과 유엔의 갈등 속에 증폭된 측면도 있다. 또 미국의 네오콘들은 유엔의 무능과 부패의 상징으로 이 사건을 지목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온 아난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명분으로 이용해 왔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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