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상승폭 사상 최고치…카자흐 ‘수출 억제’ 발표 영향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국제 농산물시장의 밀값이 하룻만에 20%가 뛰었다.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 곡물거래소(MGE)에서 거래된 북미산 봄밀 가격은 전날에 견줘 3.89달러(20%) 올라 부셸당 23.15달러로 마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가격, 상승 폭 모두 사상 최고치다.
밀 최대 수출국가인 카자흐스탄의 밀 수출 억제 방침 발표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같은날 아크멧잔 예시모프 농업장관은 20%에 가까운 국내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곧 수출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국제시장 공급 축소신호로 받아들인 시장에서, 대규모 사재기와 투기 수요가 출현해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이날부터 다음달 인도분의 가격제한 폭을 폐지한 엠지이 쪽의 조처도 한몫 거들었다.
현재 봄밀 가격은 지난달보다 두 배, 지난해 초에 견주면 네 배가 올랐으나, 상승세가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유럽연합(EU) 지역에선 기상악화로 흉작이 겹쳐, 공급 상황은 나빠졌다. 러시아는 지난달 말 밀 수출세를 인상했으며, 아르헨티나도 수출 감소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터키 등은 농산물 부족에 대비해 대규모 구매 계획을 밝히고 있다. 미국의 밀 재고는 지난 60년 동안 최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도 등 고도성장 중인 나라들은 근래 농산물 수요 급등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있다.
빵의 원료인 밀이 주식 곡물인만큼, 다른 농산물이나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원민족주의적 양상을 띠면서 세계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가능성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0년대 중반 이래 유지돼온 ‘저가 식량의 시대’가 끝났다고 26일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