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선출될 교황이 입을 사제복이 크기별로 시스티나 성당의 한 방에 걸려 있다. 새 교황은 이 옷을 입고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와 첫번째 축복 기도인 ‘바티칸에서 전세계로’를 말하게 된다. 로마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가 18일 제공. 로마/AP 연합
베일속 콘클라베, 숨죽인 지구촌 보수 ‘주류’ 속 개혁파와 손잡을 수도
유력 라칭거 추기경 ‘나치 협력’ 변수
중남미 추기경들 ‘빈곤·인권’ 관심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이어 11억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 265대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회의)가 18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각 밤 11시30분)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됐다. 투표권이 있는 세계 117명의 추기경 가운데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한 2명을 제외한 115명이 콘클라베에 참석했다. 현재 전세계 가톨릭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중남미나 신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새 교황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없지 않지만,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교황이 될 줄 알고 콘클라베를 임한 추기경은 교황이 되지 못한다”는 바티칸의 격언처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전례에 비춰 추기경들의 장고가 거듭될수록 극단적 견해를 가진 인물보다는 각 그룹간 타협을 통한 중도적인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투표권이 있는 52개국 80살 미만 추기경 117명을 지역별로 보면 유럽권이 58명(이탈리아 20명 포함), 비유럽권이 59명이다. 그러나 필리핀과 멕시코 추기경이 불참하면서 콘클라베에서는 유럽권이 오히려 1명이 많다. 비유럽권은 중남미 20명, 북미14명, 아프리카 11명, 아시아 10명, 오세아니아 2명 등이다. 이탈리아 출신 추기경들 숫자도 20명으로 줄어 지역 연고만으로 선거결과를 예상하기는 힘들다.
또 성향별로는 115명 가운데 113명이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한 추기경들이어서 대부분 여성사제와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적 성향이 주류를 이룬다. 다만 교회조직과 사회문제 등에 대한 입장에서는 유력후보 그룹간에 상대적인 차이가 있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요제프 라칭거(77) 교황청 신앙교리성 수장이다. 그는 안젤로 소다노(77) 국무장관(그림 그룹A)과 함께 교황청의 중앙집권을 고집하며 교리해석에서 극히 보수적인 입장을 대변해 왔다. 그러나 40여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라칭거 추기경은, 최근 불거져 나온 나치 협력 전력 등 때문에 초반에 도중하차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는 개혁적 성향의 차기 교황선출을 막는 ‘킹메이커’ 역할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카밀로 루이니(77) 로마 부주교와 크리스토프 쇤보른(60) 오스트리아 빈 대주교, 교황청 한국주재대사 출신의 이반 디아스(69) 인도 뭄바이 대주교 등(그림 그룹 B)은 교리해석에선 보수적이지만 교회조직 운영에선 현장 중심의 분권파에 가깝다. 이탈리아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히는 디오지니 테타만치(71) 밀라노 대주교와 중남미 출신 선두주자로 꼽히는 클라우디우 우메스(70) 브라질 상파울로 대주교 등 중남미 추기경들(그림 그룹C)는 빈곤과 인권 문제 등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추기경들이다. 중도 온건파로 분류되는 주제 폴리카르푸(69) 포르투갈 리스본 교구장(그림 그룹D)은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가 최근 ‘조용히 떠오르는 인물’로 부각시킨 인물이다. 유럽과 중남미 그룹을 중재할 수 있는 가장 타협적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나이지리아의 프란시스 아린제(72) 추기경 등은 남미와 아프리카 출신이면서도 교황청 요직을 거친 인물들(그림 E그룹)로 관료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현장 중심 그룹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벨기에의 고드프리드 다넬스(71) 추기경과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79) 밀라노 대주교 등은 여성사제 임명 등을 주장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진보파이지만 교계에선 소수파이다. 세력 분포로 볼 때 대체로 유럽의 대도시 추기경들이 대부분인 B그룹과 중남미 추기경들 그룹인 C그룹이 숫자상으로 가장 많다. 이들이 손잡을 경우 새 교황은 B, C그룹의 타협적 인물이 추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교황선거 어떻게 진행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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