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3∼10살 어린이 네 명이 양아버지에 의해 처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미국 아이오와주 아이오와시 경찰은 전날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시 외곽 일가족 사망 사건의 희생자인 어린이 네 명이 모두 한인 입양아라고 현지 언론 <데모인스 레지스터 닷컴>이 보도했다. 현지 경찰과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숨진 이선(10)·세스(7)·마이라(5)군과 엘레노어(3)양 네 어린이는 1998∼2005년 상이 차례대로 한국에서 스티븐 슈펠(42) 부부 집으로 입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경찰은 “25일 익명의 신고전화가 걸려와 슈펠의 집에 출동해 보니, 둔탁한 흉기에 맞아 숨진 슈펠 부인과 어린이 네 명의 주검이 발견됐다”며 “아이들과 부인을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슈펠은 인근 고속도로 방벽에 충돌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살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재판을 앞두고 중압감에 시달린 슈펠이 식구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이오와시의 가장 큰 은행인 ‘힐스 뱅크 앤 트러스트’의 부행장을 지낸 슈펠은 200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은행돈 56만달러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직장을 잃은 뒤, 다음달 재판을 앞둔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그가 사건 발생 이틀 전 자신의 아버지와 형에게 “아내와 아이들이 천국에 있다”는 내용의 전화 음성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슈펠 가족이 다니던 교회의 케네스 쿤츠 목사는 <미주 중앙일보>에 “1990년 6월 결혼한 이들 부부는 한국에서 어린이 네 명을 입양해 아주 정성껏 키웠다”며 “입양 전부터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등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 왔다”고 말했다. 엘레노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아이들은 롱펠로 초등학교에 다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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