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각자 의무 이행 통해 2단계 끝내야”
‘싱가포르 잠정합의안’대로 분리대응 재확인
‘싱가포르 잠정합의안’대로 분리대응 재확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각) 미국은 북한의 실질적인 핵신고 의무 이행과 병행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상응 조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는 미국이 북핵 검증 완료 이전이라도 북쪽의 공식 신고서 제출에 맞춰 테러지원국 해제 등 일부 제재를 해제할 방침임을 내비친 것이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6자 회담 당사국은 엄격한 검증이 이뤄질 북한의 신고와 병행해 각자 이행할 의무사항에 합의했다”며 “북한이 실질적으로 그들의 의무를 이행할 경우 미국이 취할 일부 제재의 해제라는 관점에서 북한의 의무 이행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북핵 검증이 완료되기 전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검증은 시간이 좀 걸리는 사안이며,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적절한 검증 수단을 가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신고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했다고 판단되면 시간이 걸리는 검증 완료 이전에 테러지원국 해제 등 북한이 요구하던 사항을 즉각 이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양쪽이 각자의 의무를 이행해 2단계를 끝낼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아직 그 과정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북한의 의무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은 플루토늄과 우라늄농축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핵 확산 활동 등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면서도 “세 문제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혀 싱가포르 잠정합의대로 각각 분리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는 또 “다른 사안이기 때문에 다른 검증수단을 가져야 한다”며 “이런 것들은 복잡한 프로그램이고, 북한은 불투명한 사회이기 때문에 검증이 완전히 이뤄지기 위해선 심지어 2단계 국면을 지나가면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싱가포르 잠정합의’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북한-시리아 핵협력 의혹 등 세 가지를 한묶음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점에 비춰, 분리대응 방안은 유연성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이날 한-미 정상회담 사전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 확산 활동은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활동과는 “다른 문제로 다른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혀 분리 대응이 미국 정부의 새로운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2·13 합의에 따른 북한의 핵신고 의무 이행의 진전을 살피기 위해 미국 전문가들을 평양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혀 이들의 방북 결과가 북핵 2단계 이행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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