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사진)
달라이 라마, 중국 제의 환영하면서도 ‘기싸움’
중국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사진)가 대화를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26일 중국의 대화 제안을 환영하면서 “나는 진지한 대화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2주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로 돌아온 그는 “단지 국제적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티베트인들의 분노를 달래고, 티베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하고 완전한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중국에 달라이 라마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망명정부는 “공식적인 대화의 재개를 위해서는 티베트 상황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생산적인 만남을 위해선 중국 지도부가 달라이 라마의 긍정적 역할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달라이 라마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6일 사설에서 “달라이 라마 집단이 중국의 노력과 성과를 무시하고 서방 강대국들의 지지를 구하고 있다”며 “티베트 문제는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서방 강대국들의 책동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쪽의 이런 기싸움은 이번 대화가 티베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을 원만하게 치르기 위해 마지못해 대화를 제의했을 뿐,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선 확고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달라이 라마에게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명확히 할 것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앞서 <신화통신>은 25일 “달라이 라마 쪽에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청해 온 것을 고려해, 중국 정부의 관련 부서 관리가 이른 시일 안에 달라이 라마의 한 측근과 만나 티베트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관리의 말을 따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의 공격을 받고 있어 운신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 티베트의 독립보다는 자치를 주장하는 달라이 라마는 베이징 올림픽 불참 운동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강경파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유강문 기자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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