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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반스(26·사진)
미 민간법원 이례적 결정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일에 내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예수를 섬기는 일은 전쟁 참여에 반대하라는 것이고, 적을 사랑하는 것이다. ”
종교적 신앙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미군 4공수여단 소속 마이클 반스(26·사진) 일병은 12일(현지시각) 지난해 군이 내린 명예제대 신청 거부 결정을 취소하라는 앵커리지 연방지법의 판결문을 받고 군을 떠나 가족과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될 꿈에 부풀어 있다고 현지신문들이 전했다.
앵커리지 연방지법 존 로버츠 치안판사는 이날 반스의 종교적 신념이 진지한 반면, 군이 그의 명예제대 신청을 거부할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며 번스의 제대를 허가할 것을 판결했다. 16일까지 검찰이나 군이 항소하지 않는다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이라크전 발발 이후 미군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민간법원이 군의 결정에 대한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출신인 반스 일병은 2001년 세례를 받았고, 2005년 3월 5년 복무를 위해 자원입대했다. 그는 2006년 이라크 배치 3개월 만에 참상과 동료병사들의 죽음을 겪은 뒤 기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자 자격 신청을 했고, 군이 이를 거부하자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지원하는 민간단체 ‘양심과 전쟁센터’의 자료를 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운데 명예제대 허가를 받은 미군 수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걸프전 당시엔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운데 111명이 명예제대한 반면, 2500여명이 영창에 보내졌다. 베트남전 때 20만명, 한국전 때 4300명, 2차대전 때엔 3만7천여명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집계됐다고 센터 쪽은 밝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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