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연구진 “사람 유전자 벼에 이식…인체 독소분해 쌀 생산
“슈퍼잡초 만들수도” 경고도
과학자들이 인간의 유전자를 곡물에 넣는 등 유전자 조작이 극단적인 분야로 확대되면서 ‘프랑켄슈타인 곡물’을 만든다는 비난과 함께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4일 보도했다.
이 분야 유전자 조작을 처음 한 것은 일본 연구자들로, 농약과 공업용 화학물질을 소화하기 위해 사람 간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벼에 넣었으며, 이 유전자가 만드는 효소가 인체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데 탁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종전까지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은 제초제에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테리아 유전자를 이용하고 있으며, 경작지에 농약을 뿌려도 작물에는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가지 제초제에만 효력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 사용할 경우 잡초가 내성을 지니게 된다.
일본 쓰쿠바에 있는 국립농업생물과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인간의 유전자를 넣을 경우 13가지 제초제에 효력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내, 농약을 항상 바꿔 사용함으로써 잡초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학의 리처드 마일런 교수는 토끼 유전자로 조작한 식물은 오염된 토양에서 “독소를 제거할 수 있다”며 독소를 효율적으로 파괴해 오염된 땅에서 자란 곡물도 먹기에 적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일런 교수와 다른 과학자들은 이런 유전자 조작이 잘못되면 광범위한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수퍼 잡초’를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간의 유전자를 이용해 식물을 조작한다고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프랑켄슈타인 곡물’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또 유럽이 유전자 조작 농산물과 그것으로 만든 식품을 반대하는 것은 농업 보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진 워치 유케이’(유전자감시)의 수 메이어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인간의 유전자를 이용한 농산물에 역겨움을 나타내고 있으며, 아무도 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이런 우려를 무시하고 있어 그들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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